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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4일 앞두고 獨-덴마크 순방 연기… 이래도 되나   

출국 4일 앞두고 獨-덴마크 순방 연기… 이래도 되나   

Posted February. 15, 2024 07:44   

Updated February. 15, 202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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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24일 5박 7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해 두 나라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하려던 일정을 연기했다. 대통령실은 어제 “다음 주로 예정했던 대통령의 두 나라 순방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연기 사유로는 “여러 요인을 검토했다”고만 했다. 과거에도 출국에 임박해 정상회담을 연기하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메르스 사태 등 긴급한 현안 이 있었다. 국민 앞에 이유조차 설명않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정부는 독일 국빈방문과 덴마크 공식 방문을 위해 수개월 동안 준비해 왔다. 양국에 연기 요청 사유가 무엇이라고 설명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통보 시점은 13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상대국이 양해했다”고 하지만 외교적 결례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이번 순방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부부가 네덜란드 한 곳만 국빈 방문했던 일정과 묶어 생각할 때 ‘유럽방문이 너무 잦다’는 구설을 낳았다. 인접한 네덜란드와 독일 덴마크 3개국을 한 번에 순방할 수 있었음에도 2달 간격으로 2번 방문하는 동선이 만들어낸 뒷말을 대통령실도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연기한 사유를 공식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정 단축 정도가 아니라 전면적 연기인데도 공식 브리핑에서 빠졌다. “총선 쟁점 차단”이라는 여권 일각의 설명대로라면 김건희 여사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명품백 수수 논란 속에 진행된 네덜란드 국빈방문 이후 2달 가까이 두문불출하고 있다. 김 여사가 독일과 덴마크에 동행할 땐 화려한 유럽풍 의전행사가, 동행하지 않을 땐 그 빈자리가 뒷말을 낳을 수 있다. 총선 국면에서 민심과 표심 관리차원에서 나온 것이라지만, 국익외교에 차질을 빚은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순방 무산은 가깝게는 실패한 KBS 녹화 대담에서, 근본적으로는 김 여사 동선과 처신 문제를 특별감찰관, 민정수석실, 제2부속실을 통해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마련에 실패한데서 찾을 수 있다. 신년 기자회견을 외면한 대통령은 KBS 대담에서 적절한 사과 또는 유감의 뜻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때 민심을 다독였더라면 순방연기를 결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정상외교에 배우자가 동행하는 국제 관행을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결국 대통령과 참모들의 반복적인 민심 읽기 실패가 지금의 외교 결례를 낳은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