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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쟁 급감속…초격차·공급망 정비 기회 삼아야

전기차 전쟁 급감속…초격차·공급망 정비 기회 삼아야

Posted November. 06, 2023 08:06   

Updated November. 06, 202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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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장을 금세라도 집어삼킬 기세였던 전기차의 성장세에 최근 급제동이 걸렸다. 첨단제품을 소비하는 ‘얼리 어답터’ 수요가 대부분 채워진데다, 고금리 장기화, 비싼 가격,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반도체에 맞먹을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해온 한국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미래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2위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은 최근 유럽의 올해 전기차 주문량이 작년의 절반인 15만 대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독일 신규공장 설립계획도 백지화했다. 파업사태를 겪으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빅3’는 일제히 전기차 투자를 줄이거나, 출시를 연기했다.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는 지난달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절반으로 줄어든 영업이익을 발표하고 수요 감소를 전망한 뒤 주가가 급락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투자 지연은 이들과 손잡고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한국 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생산업체는 물론이고,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주가가 심한 약세를 보이는 게 그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은 자기 지역 안에서 생산되지 않은 배터리에 불이익을 주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불황은 전기차·배터리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순위를 바꿀 중대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한 때 ‘전기차 지각생’으로 불리던 도요타가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짓기로 한 배터리 공장에 11조 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결정한 건 그런 면에서 주목된다. 중국 판매를 기반으로 수출까지 늘리고 있는 비야디(BYD)는 3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40% 가까이 급증했다. 조만간 테슬라를 넘어 신에너지차 글로벌 1위로 올라설 기세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3위 자동차업체인 현대차·기아는 “허들이 있더라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며 공격적 투자계획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럴 때일수록 배터리 기업들도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같은 위기를 맞을 때마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이번 ‘전기차·배터리 빙하기’를 초격차 경쟁력 확보, 글로벌 공급망 정비의 기회로 삼아야 다음 전기차 호황 사이클 때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