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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삼성-현대 ‘미래차’ 협력…이런 동맹 더 늘어야

[사설]삼성-현대 ‘미래차’ 협력…이런 동맹 더 늘어야

Posted June. 09, 2023 08:19   

Updated June. 09, 202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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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를 매개로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2025년부터 현대차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를 담당하는 ‘엑시노스’ 반도체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차량의 ‘두뇌’에 해당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첫 협력의 물꼬를 튼 것이다. 반도체와 완성차 시장에서 각자 성공 신화를 쓴 두 기업이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 본격적으로 손을 잡은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이번 협력으로 두 회사 모두 미래차 시대의 핵심 경쟁력을 확보할 발판을 마련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29년 말 143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시장이다. 이 분야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현대차라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 사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현대차 역시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가능한 삼성전자를 통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

과거 국내 대표 기업들은 사업 확장 과정에서 치열하게 견제하고 경쟁해 왔다. 하지만 주요 기업 총수들의 세대교체 이후에는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현대차는 북미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SK온, LG에너지솔루션과 잇달아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10년 만에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사업을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와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함께 만들고 있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세계 각국도 기업 간, 국가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일본은 자국이 대표하는 기업들이 뭉쳐 ‘반도체 드림팀’을 꾸렸고, 미국 인텔은 과거 경쟁 상대인 영국 ARM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동맹을 맺었다. 미국의 포드가 중국의 CATL과 손을 잡는 등 필요하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둘러싸고 생산 우위를 점하려는 세계 주요국 정부의 보조금 경쟁이 거세다.

이런 무한 경쟁의 상황에서 반도체, 미래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의 국내 기업들이 힘을 합쳐 ‘드림팀’을 만든다면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이런 협력이 성공모델로 이어지려면 기업이 홀로 뛰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 인력 양성 등을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속도감 있게 이어져야 한다. 국가 총력전 양상을 띠고 있는 첨단기술 전쟁의 성패는 ‘코리아 원팀’의 의지와 능력이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