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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거부권→부결 줄줄이 대기… 이런 소모전 한 번이면 족하다

강행→거부권→부결 줄줄이 대기… 이런 소모전 한 번이면 족하다

Posted April. 17, 2023 07:56   

Updated April. 17, 20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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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재의 결과 부결됐다. 민주당은 같은 날 간호법 제정안 처리도 시도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미뤘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민주당이 강행 처리할 경우 양곡관리법 같은 상황이 또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칫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단독 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 재의결 부결 등의 소모적인 대치가 무한 반복될 경우 정작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곡법 개정안은 지난달 말 민주당의 직회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공이 국회로 돌아간 법안이다. 다시 통과시키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민주당은 본회의 재의결을 시도했고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의 반대하는 ‘남는 쌀 정부 의무매입’ 취지를 살린 신(新)양곡관리법 발의를 검토 중이다.

간호법 제정안의 경우 간호사 단체와 다른 직군 의료단체 사이의 의견차이가 큰 법안이다. 김 의장은 “여야 협의를 거쳐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달라”며 다음 본회의로 표결을 연기했다. 민주당은 어떻게든 원안대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강행→거부권→부결의 과정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란 점이다. 민주당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훼손할 우려가 큰 방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상태다.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에 기업이 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노란봉투법’ 역시 직회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이 “직상정하는 법안이 자꾸 늘어나 걱정”이라며 간호법 처리를 미룬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입법독주를 멈출 생각이 없고, 정부 여당은 여소야대 국면 타개를 위해 야당에 손을 내밀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국회에선 거대야당 주도로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다시 야당이 재의결을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식의 소모전은 국력 낭비다. 국회의 권위 실추도 피할 수 없다. 이런 식의 입법 소모전은 한 번이면 족하다. 이젠 심각한 민생문제 해결의 장에 복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