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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일파만파… ‘벤처 혹한’ ‘금융시장 동요’ 대비해야

SVB 파산 일파만파… ‘벤처 혹한’ ‘금융시장 동요’ 대비해야

Posted March. 13, 2023 07:39   

Updated March. 13, 202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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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타트업들의 자금줄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런 붕괴로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40년 동안 신생기업의 산파 역할을 해온 자산 규모 2090억 달러의 은행이 무너지는 데는 불과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컸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상황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인 이번 은행파산은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 보여주는 첫 사례다. 저금리 시절 미 국채에 대규모로 투자했던 금융사들은 금리인상에 채권가격이 급락하며 손실을 봤다. SVB의 경우 주 고객인 벤처기업들의 돈줄까지 마르면서 현금 확보를 위해 채권을 팔아치웠지만 폭발적인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지 못했다. 상황이 비슷한 다른 은행들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안심할 순 없다.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더욱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해외시장의 불확실성이 주가 하락이나 환율 상승 등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불안으로 쉽게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선 당장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미국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여준 이번 사태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도 구멍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회사채 시장 경색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 신용리스크, 가계부채 등 잠재적 폭탄이 널려 있다. 작은 불씨가 급격한 자본유출로 이어져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가뜩이나 벤처 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위축돼 자금경색, 줄도산으로 이어질 위험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 보듯 해선 안 된다.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안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SVB 폐쇄로 이 은행에 자금이 묶이게 된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우리 금융기관들이 위기에 무너지지 않을 충분히 안전한 제방을 쌓았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