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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사우디, 원유 증산”… 사우디 “논의 안했다” 일축

바이든 “사우디, 원유 증산”… 사우디 “논의 안했다” 일축

Posted July. 18, 2022 07:57   

Updated July. 18, 202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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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권 전부터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탄압을 비판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집권 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찾아 원유 증산을 촉구했지만 원하는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꼽히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주먹 악수’를 나누는 등 공을 들였음에도 사우디 측이 “증산 논의가 없었다”고 선을 긋고 미국의 인권 탄압까지 비판하자 실익도 없이 모양새만 구겼다는 비판이 거세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사우디 2대 도시 지다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났다. 그는 13∼16일 4일간의 중동 순방에서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 등 다른 중동 지도자와 만났을 때 스스럼없이 포옹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이날 주먹 인사만 나눴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카슈끄지가 2018년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영사관에서 피살됐을 때 무함마드 왕세자의 승인이 있었다는 이유로 미국 일각에서 중동 순방 전부터 “잔혹한 독재자와 손잡았다”고 비판한 것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석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사우디가 몇 주 내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6일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은 “원유 증산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정면으로 부인했다. 또 이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방위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CNN 등은 두 정상의 회담에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라크전 당시 미군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포로를 학대한 사건 등을 거론하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권 역공’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비판 여론만 더 고조되고 있다. 카슈끄지가 속했던 WP의 프레드 라이언 최고경영자(CEO)는 “대통령의 주먹 인사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무함마드 왕세자가 원했던 ‘부당한 구원’을 줄 것”이라고 질타했다.

 설상가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공을 들였던 탄소 중립, 청정에너지 중심의 기후변화 법안이 집권 민주당의 중도파 조 맨친 상원의원 등 일부 의원의 반대로 상원 통과가 어려워짐에 따라 그의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