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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백악관 트럼프 타워

Posted December. 22, 2016 07:08   

Updated December. 22, 20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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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겐 나쁜 소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당선 이후 달라진 미국 뉴욕의 트럼프타워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호날두는 지난해 8월 1850만 달러(약 220억 원)를 주고 트럼프타워의 71평짜리 고급 아파트를 샀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후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관광객이 몰려들어 살기가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미 공영방송 NPR도 이 건물엔 배우 브루스 윌리스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가 다수 살고 있다며 이들이 번잡스러워진 트럼프타워를 기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5번가에 위치한 58층짜리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트럼프타워가 ‘권력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보다 더 높은 위도에 있는 탓에 ‘북(北)백악관(White House North)’으로 불리고, 인터넷에선 트럼프타워와 백악관을 조합한 패러디물이 유행하고 있다.

 최상위 3개 층에 걸쳐 있는 펜트하우스는 트럼프와 가족의 거주 공간이다. 26층에는 대통령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있다. 로비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 로비에 누가 들어서는지, 몇 층으로 향하는지, 트럼프를 만났는지 등이 실시간으로 알려진다. 특히 엘리베이터의 최고층 버튼을 눌러 트럼프를 만났다면 순식간에 화제가 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17일 “뉴욕에서 가장 중요한 엘리베이터는 트럼프타워에 있다. 탑승자가 몇 층을 누르는지가 바로 그 사람의 권세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트럼프타워를 찾는 사람 대부분은 새 행정부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후보들이다. 트럼프타워는 면접 장소가 됐다. 트럼프는 스포츠나 문화계 인사를 불러 미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듣기도 한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전설로 은퇴한 흑인 선수 레이 루이스와 짐 브라운을 만나 아프리카계 흑인 청소년들이 조직폭력에 빠져드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타워를 방문했다가 대부분 홀로 돌아가지만 가끔 트럼프가 직접 로비에 내려와 방문객을 배웅하기도 한다. 최상의 예우인 것이다. 트럼프가 6일 미국에 500억 달러(약 60조 원) 투자를 약속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과 함께 로비에서 깜짝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타워의 유명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월 20일 백악관에 입성하는 트럼프와 달리 트럼프 가족은 최소한 수개월 동안 뉴욕에 머물 계획이다. 1983년 완공 후 30년 넘게 살아 트럼프타워에 특별한 애착을 느끼는 트럼프는 워싱턴과 뉴욕을 오가며 집무를 볼 생각이다.

 대통령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SS)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 주 오스틴의 크로퍼드 목장,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뉴욕 주 채퍼콰 자택에도 일부 공간을 빌려 경호시설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타워는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임대료도 워낙 비싸 쉽지 않다. 1만 평방피트(약 280평) 사무실의 연간 임대료가 70만 달러(약 8억4000만 원)에 이른다.

 뉴욕경찰은 울상이다. 하루 50만 달러(약 6억 원)씩 경호예산이 투입돼 허리가 휠 지경이다. 존 밀러 뉴욕경찰청 대(對)테러 차장은 “트럼프가 취임 후에도 주말마다 뉴욕을 찾는다면, 아니 가끔 주중에도 밤에 들른다면 여기에 필요한 경호예산은 예측조차 하기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