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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달린 원동력은 팬 사랑 국민 여러분, 감사해유

20년간 달린 원동력은 팬 사랑 국민 여러분, 감사해유

Posted March. 16, 20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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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감사해유. 여러분의 성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거예유.

15일 열린 2009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0회 동아마라톤대회. 결승선을 통과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9삼성전자)의 얼굴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기쁨과 절망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듯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바뀌었다. 웃기도 했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봉주는 어느새 원기를 회복해 팬들의 사랑을 이야기했다. 국민 여러분의 갈채 덕분에 오늘까지 달릴 수 있었다며 20년간 달린 원동력을 팬들의 사랑으로 돌렸다.

이봉주는 국민에게 마라토너 이상이었다. 국민은 언제나 성실하고 묵묵하게 땀 흘리는 그에게서 힘을 얻었다. 쓰러질 듯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세계 정상을 노크하는 그는 희망 전도사였다. 이봉주가 2007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30여 m를 뒤지다 케냐의 건각들을 제치고 2시간8분04초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뤄냈을 때 팬들은 역시 봉달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며 환호했다.

이날도 팬들의 관심은 온통 이봉주에게 쏠렸다. 케냐의 모세스 아루세이가 멀찌감치 선두를 달렸지만 서울 시민들은 이봉주 파이팅을 연호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는 장사가 없듯 불혹을 눈앞에 둔 이봉주의 이날 레이스에선 힘을 느낄 수 없었다. 이봉주는 이성운(조폐공사)과 박주영(한국전력) 등 후배들과 후미 그룹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이봉주는 2시간16분46초로 국제대회 14위이자 국내대회 8위에 머물렀다. 이날 기록은 40번의 완주 가운데 뒤에서 여섯 번째 기록이었다.

이봉주는 이날 레이스를 위해 여느 때와 똑같이 지난해 12월부터 제주도와 전남 장흥군에서 4개월여 동안 땀을 흘렸지만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이날 레이스에선 처음부터 아예 2진 그룹으로 빠져 완주에 주력했다.

마지막인데 팬들에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는 싫었어요. 케냐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처음부터 제 몸 컨디션에 맞춰 뛰었습니다. 그런데도 힘드네요. 하지만 마음이 후련하고 홀가분합니다. 이제 맘 편히 미래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이봉주는 은퇴 후의 삶을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목표를 잡은 것은 없다고 했지만 한국 마라톤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후배들을 양성할 뜻을 밝혔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이봉주의 정신력을 후배들에게 전해 주는 차원에서 그를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트레이너로 기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과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제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이봉주는 솔직히 후배들이 걱정입니다. 하지만 지영준 같은 든든한 후배가 있으니 걱정 마세요. 물론 후배들이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 한국 마라톤은 계속 발전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20년 동안 아름다운 레이스를 펼친 이봉주. 떠나는 순간까지 그는 온통 한국 마라톤에 대한 걱정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