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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구내매장 카드깡 사건 새국면

서울경찰청 구내매장 카드깡 사건 새국면

Posted May. 29, 200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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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구내매장에서 신용카드로 비싼 물건을 산 것처럼 꾸며 현금을 챙긴 속칭 카드깡 사건의 진실을 둘러싸고 경찰-방송사, 방송사-방송사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을 첫 보도한 MBC는 카드깡의 수익금이 경찰 최고위층의 활동비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MBC를 상대로 9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를 요청하며 수사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KBS가 27일 미디어포커스를 통해 MBC가 인터뷰를 조작했다고 보도함으로써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MBC 보도 조작됐다=KBS는 이날 MBC의 보도에 등장한 2명의 음성을 분석한 결과 동일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해 10월 23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카드깡 소개업자 이모 씨와 경찰 직원 등 6명의 증언을 음성을 변조해 보도했다. 하지만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음성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 씨와 경찰 직원이 같은 사람으로 확인됐다는 것.

KBS가 음성 분석을 의뢰한 한 전문기관도 이 씨와 경찰 직원이 동일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KBS는 또 경찰 직원이라고 밝힌 인물이 증언을 통해 경찰을 자기네들이라고 표현하는 등 경찰 직원이라고 보기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경찰의 주장도 소개했다.

이에 대해 KBS는 MBC 취재기자가 이 씨와 경찰 직원은 같은 사람으로 수사 과정에서 직접 카드깡을 한 현직 경찰이라고 밝혔다가 뒤늦게 제보자가 경찰이라고 소개해 그런 줄 알았다고 말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누구 말이 맞나=MBC 측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제보자 한 사람의 목소리를 두 사람의 것인 양 음성을 변조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며 하지만 방송 내용 자체가 틀린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청은 MBC의 보도 직후 수사에 들어가 구내매장의 전자제품 판매점 업주 원모(48) 씨가 카드깡 소개업자 이모(50) 씨와 짜고 200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억5000여만 원을 허위 결제해 600여만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2003년 7월 이후 발생한 매장 수익금을 전액 적립하고 있어 경찰 최고위층이 수익금을 활동비로 썼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MBC 취재기자와 인터뷰한 사람은 이 씨나 경찰 직원이 아닌 김모(47) 씨로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허위로 MBC에 제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서울청 김모 계장이 진급하기 위해 경찰청장과 서울청장, 서울청 경무부장에게 각각 5000만 원씩을 건넸다고 허위 투서한 유모 경위 등 2명이 무고 혐의로 구속되자 이에 앙심을 품고 MBC에 허위 제보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MBC와 경찰의 악연?=경찰은 서울청 광역수사대가 지난해 8월 MBC가 A 씨의 로비를 받고 청탁보도를 했다며 당시 보도제작국장 등 2명을 입건한 사건과 카드깡 보도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MBC는 지난해 8월 사과방송을 하고 직원 3명을 해고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으나 경찰은 이들을 입건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이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이재명 이진영 egija@donga.com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