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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도...뮤지컬도...마술에 걸렸다

Posted December. 15, 200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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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마술이 몰려온다.

마술사가 제 자리에 서서 손으로만 묘기를 보이던 시대는 끝났다. 파티나 콘서트 등에서 마술이 양념 역할을 하던 시대도 지났다. 요즘은 마술이 그 자체로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는 하나의 공연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마술이 다른 장르와 결합해 새로운 볼거리를 주는 인기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연극 배우가 물채운 욕조서 탈출 마술

마술을 연극이나 뮤지컬 등과 접목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24일부터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시작되는 연극 죽도록 행복한 사나이는 마술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 자물쇠로 몸을 묶은 채 물을 채운 욕조에서 탈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연극과 마술의 경계를 넘나든다. 마술사 역을 맡은 배우 오용씨는 다양한 마술이 등장하는 이 연극을 위해 전문 마술사 김정우씨에게서 1년간 마술을 배웠다. 이 작품에선 마술실력이 곧 연기력과 통하기 때문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컨퍼런스 룸에서 20일 막이 오르는 이은결의 매직 콘서트도 단순한 마술 쇼의 범주를 벗어난다. 이은결씨는 이번 콘서트에서 마술에 드라마를 가미한다. 스토리가 있는 마술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해 보여주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 이은결씨는 단지 물건이 사라지거나 변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이 물건이 왜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황을 설정해 쇼를 이끌어갈 예정이라며 그러기 위해 마임 같은 연기를 곁들였다고 소개했다.

극단 마야씨어터가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선보이는 더 로즈 오브 샤론(The Rose of Sharon무궁화)은 연극, 발레, 아크로바틱, 오페라 등이 어우러진 새로운 형식의 공연. 판타지 씨어터라고 이름붙인 이 공연에선 마술이 한 몫을 한다. 프랑스 마술사 제랄드 라스니에가 출연해 펼치는 마술은 줄거리를 이어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31일까지 계속되는 로키 호러쇼에도 마술이 나온다. 배우가 양초를 스카프로 바꾸고, 스카프를 다시 장미로 바꾸는 대목은 뮤지컬의 판타지적 분위기를 살려준다.

공연장의 감초서 주인으로 자리 잡아

예전에는 마술이라고 하면 명절에 TV에서나 즐기는 오락이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마술은 매력적인 취미이자 기꺼이 속으면서 즐기는 공연 장르다.

마술을 배운지 3년이 됐다는 아주대 마술동아리 회장 박근수씨(20)는 마술은 내가 즐기면서 동시에 남들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취미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으로서의 마술은 단지 눈속임이 아니라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최초의 마술 전용 극장도 문을 열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 롯데백화점 근처에 문을 연 소극장 매직 리더스 마술 극장. 현재 이 극장에서는 마술에 연극과 춤을 더한 이색 공연 겨울을 상연 중이다. 이경빈, 정민, 장소영, 김소정, 장은주 등 출연 마술사들이 2126세의 젊은 마술사들이어서 더욱 주목을 끈다.

마술사 이은결씨는 마술은 환상적이고 신기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키는 공연 장르라며 최근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마술 기법이 공개되면서 마술 자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주성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