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핵시설 소재지 언급에 따른 대북정보 유출 논란이 확산되면서 한미 간 이상기류가 커지고 있다. 정 장관의 평안북도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언급을 이유로 미국이 대북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한 가운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정보 유출 건을 논의했고 국민의힘은 연일 정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정부 소식통은 20일 “브런슨 사령관이 지난달 안 장관에게 정 장관의 ‘구성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미국 정부가 대북정보 공유 제한 방침을 통보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장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정 장관이 구성을 언급한 일에 대해 브런슨 사령관이 안 장관을 긴급히 찾아와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며 “주한미국대사관 정보책임자도 국가정보원에 이 문제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뿐 아니라 한미 정보당국 간에도 정 장관의 정보 유출 건이 논의됐다는 것. 다만 국방부는 “주한미군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항의했다는 것은 한미 군사 외교상 적절하지 않고, 사실도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엑스(X)에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부처 보안조사를 통해 정 장관의 발언이 미국이 제공한 정보 유출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유출이 아니라는 정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보 공유 제한 조치가 이어질 경우 정부가 우리 측 정보자산을 통해 확보한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하는 등 상응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여러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누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비무장지대(DMZ) 출입을 유엔군사령부 승인 없이 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DMZ법’ 추진, 주한미군의 서해 공중훈련 미통보 논란 등이 누적된 상황에서 정 장관의 ‘구성 발언’을 계기로 미국의 불만이 분출됐다는 것.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정보자산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누적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상황을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오혁 hyu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