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8)과 정적(政敵)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4)가 동시에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푸틴 정권은 지난달 20일 나발니를 냉전시대 옛 소련 KGB가 즐겨 쓰던 독극물 ‘노비초크’로 암살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친정부 작가 세르게이 콤코프는 24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상위원회에 푸틴 대통령을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신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다만 추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부가 아닌 작가들의 자발적 신청이었다며 “수상하면 좋고 못 타도 괜찮다”고 했다.
친정부 시민단체와 하원의원들은 2013년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 해결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며 푸틴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당시 서방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측이 러시아의 군사·재정 지원을 받아 반군과 민간인에게 화학무기 공격 등을 자행했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수상에도 실패했다.
러시아 출신으로 반푸틴 성향인 세르게이 예로폐예프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대 교수는 17일 나발니가 반부패 활동에 매진해 왔다는 이유로 그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예로폐예프 교수는 “러시아 유명 대학의 교수들이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노비초크 중독으로 한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던 나발니는 15일 깨어났다. 그는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독일을 떠나 조만간 귀국해 반(反)푸틴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24일 나발니의 모스크바 아파트를 압류하고 은행계좌를 동결하며 그를 압박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서구 언론은 두 사람 모두 노벨 평화상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달 9일 노르웨이 극우파 정치인 크리스티안 티브링예데의 추천으로 후보에 올랐다. BBC는 “후보가 됐다고 누구나 상을 받는 건 아니다.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는 1939년,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 역시 1945, 1948년에 후보로 추천됐다”고 꼬집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