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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나온 여자들’의 승리

Posted August. 04, 2016 09:15   

Updated August. 04, 20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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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개봉한 영화 ‘타짜’에서 히로인 김혜수는 농염한 연기를 선보였다. 사설 도박판을 운영하는 정 마담 역으로 나온 그는 단속 나온 형사가 자신을 연행하려 하자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얼굴을 찌푸리며 쏘아붙인다. “잠깐만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면 된다”는 형사의 말에 발끈한 김혜수의 명대사다. ‘이대 나온 여자’라는 말은 지적이면서 아름답고, 집안도 좋고, 도도한 인상의 이화여대 출신을 은근히 비꼬는 말로 회자되며 유명세를 탔다. 

▷이화여대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단과대학(평단)’ 설립 추진에 반발한 재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농성 사흘째인 30일엔 경찰이 강제 진압에 나섰으나 오히려 농성 학생 수가 늘어나고 졸업한 동문들과 교수협의회까지 “중요한 결정이 단기간에 급조돼 모든 구성원의 반대에 부딪혔다”며 평단 철회의 목소리를 높이자 학교 측은 어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화여대는 5월 초 교육부가 평단사업 참여 대학을 두 번째 모집할 때 신청해 이달 초 동국대 등과 함께 선정됐다.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과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 전공을 미래라이프 단과대학에 둘 참이었다. 학교 측은 비정규직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지만 재학생과 동문들은 “130년 역사를 30억 원과 맞바꾸려 하느냐” “돈 벌이 수단으로 학위 장사를 하려는 거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평단 급조에 따라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미래사회에서 도입이 절실한 수준 높은 평생교육 시스템을 ‘학벌주의’로 배척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따가운 눈초리도 엄존한다. 교육부가 돈줄을 쥐고 대학을 흔들어 대는 ‘대학재정 지원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농성 사태로 취임 2년을 맞는 최경희 총장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았다. 일부 교수들은 “대통령도 불통인데, 총장도 그러느냐”며 최 총장의 ‘불통 리더십’을 비판한다.

최 영 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