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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애국

Posted October. 07, 2014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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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국내에 반도체공장이 3개 있다. 1983년 기흥공장에 이어 1991년 온양공장, 2000년엔 화성공장을 준공했다. 이후엔 모두 중국에 세웠다. 2009년 중국 톈진()에 발광다이오드(LED) 공장을, 2012년엔 중국 시안() 42만 평 부지에 반도체메모리(낸드플래시) 공장을 잇달아 건설해 첨단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말도 나왔다.

어제 삼성전자가 발표한 경기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은 국내 반도체공장으로는 화성공장 이후 14년 만이다. 내년부터 3년 동안 15조6000억 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동안 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 베트남 등지에 공장을 건설하던 데서 방향을 틀어 국내로 돌아온 것은 다행이다.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제조업의 귀환을 촉구하며 해외의 미국 공장이 돌아오면 세금 등 갖가지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한번 집 나간 공장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대기업들에 대해 재벌이 이렇게 큰 것이 누구 덕분인데 해외로 도망치느냐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자본의 국경이 무너진 마당에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업의 투자는 이윤을 추구하는 냉혹한 경제논리에 따르기 마련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엔 해외가 아니라 국내를 선택한 것을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평택공장 건설로 생기는 고용 창출효과가 7만여 명이라니 고용시장의 훈풍도 기대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사내유보금은 158조 원, 현대자동차는 114조 원이다. 마음만 먹으면 투자할 여력이 아직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한전 부지 낙찰가를 삼성전자의 곱절이나 써내 주가는 떨어졌지만 공기업 부채를 줄여야 하는 정부의 짐을 더는 데는 한몫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린다고 으름장을 놓아서인지 대기업들이 금고에 쟁여놓은 돈을 서둘러 푸는 느낌이다. 두 간판 대기업의 큰손 투자가 전체 재계로 확산돼 국내 투자와 좋은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면 좋을 것이다.

최 영 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