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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도는 오해 대통령 연설문 취소는 외교 실수다

중국 경도는 오해 대통령 연설문 취소는 외교 실수다

Posted September. 27, 2014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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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미국 뉴욕의 외교 싱크탱크 대표 간담회에서 사전에 배포한 연설문을 취소한 소동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렵다. 청와대가 현장에서 출입기자들에게 사전 배포한 대통령 연설문에는 일각에서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가 일부의 그런 시각을 불식시키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간담회가 끝난 뒤 청와대는 대통령이 원고대로 발언하지 않았다며 언론사에 이 부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언론에 사전 배포되는 대통령 연설문은 통상 그대로 읽는다. 청와대가 삭제를 요청한 내용은 연설문의 핵심에 가까웠다. 대통령 해외순방 때 연설문은 대통령이 요지를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게 미리 주면 외교부와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참모들이 함께 만들어 대통령 결재를 받아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몇 번 수정되는 절차를 거친다. 이번처럼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사전 배포 원고에는 넣어놓고 현장에서 빼달라고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한국과 중국을 상호 방문하며 우의를 과시했을 때 미국 워싱턴 정가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의 한미동맹 정책이 불투명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이 틈을 타 일본 쪽에서는 한국이 중국에 경도돼 있다는 얘기를 흘리며 한미 간에 불신을 부추겼다. 실제 연설에서 빠진 내용은 이런 분위기를 우려하며 한미동맹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중국 쪽에서 박 대통령이 미국 눈치를 봤다는 불만을 표출할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발언을 제외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민감한 외교 사안을 연설문에 포함시켰다가 행사가 끝난 뒤 단순 참고자료였다고 둘러대는 것은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외교 실수다.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이라면 처음부터 연설문에서 넣지 말았어야 했다. 이번 사고가 외교부와 청와대 사이에 입장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결과라면 더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의 연설과 메시지는 명확해야 한다.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글로벌 무대라면 더욱 그렇다. 청와대는 명확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