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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 씨와 금자 씨의 너나 잘해

Posted April. 04, 201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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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나온 영화 친절한 금자 씨의 주인공 이영애가 13년간 옥살이하다 출소하는 장면. 목사가 죄짓지 말고 착하게 살라며 두부를 내밀자 금자 씨는 두부를 엎어 버린다. 그러곤 같잖다는 듯 싸늘한 표정으로 너나 잘하세요! 쏘아붙인다. 영어로는 Mind your own business쯤 되겠다. 사회의 위선을 꼬집은 금자 씨의 이 말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시대정신처럼 유행했다. 이 말이 북한으로 건너가선 너나 걱정하세요로 둔갑해 인기를 모았다.

너나 잘해의 원조는 법정 스님의 스승으로 조계종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18881966)이다. 한 제자가 스님, 술 마시고 여자를 만나는 스님이 있습니다라고 동료 스님을 고자질하자 효봉 스님은 네가 보았단 말이냐? 너나 잘해라, 이 녀석아! 꾸짖었다. 남을 험담하는 것을 싫어한 스님의 답변이 압권이다. 작년 말 송년회 때 너나 잘해는 인기 건배사였다. 너와 나의 잘나가는 새해를 위해를 줄인 말이다.

그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국회 연설 도중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너나 잘해라고 쏘아붙였다가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안 대표는 전날 기초공천 공약 폐기를 대통령이 아닌 최 원내대표가 사과한 데 대해 충정이십니까, 월권이십니까라고 비꼬듯 물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개적으로 조롱당하는 기분이 들어 최 원내대표가 발끈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상대는 초선이지만 제1야당의 공동대표인데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예의를 잃었다.

국회 윤리위원회 징계가 거론될 정도로 여진이 간단치 않다. 여당 원내대표쯤 되면 좀 참았다가 사석에서 금자 씨를 흉내 내며 너나 잘하세요 정도 했더라면 촌철살인()이 됐을지도 모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주워 담을 수도 없다. 같은 말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품격과 의미가 달라진다. 금자 씨가 하면 재밌는 말이 경환 씨가 하니까 사달이 났다. 경환 씨, 너나 잘하세요!

최 영 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