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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선수 40%가 도핑 지금은 더 심각

Posted September. 25, 201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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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1988년 9월 24일 열린 서울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79의 경이로운 세계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을 때 벤 존슨 9초79 세계신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본보 1면 기사와 3일 뒤인 27일 벤 존슨 약물복용 금 박탈 1면 기사를 동시에 접한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25년이 흐른 지금은 반()도핑(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행위)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되살아난 아픈 기억은 그의 가슴을 찔렀다.

딱 25년 전 금메달을 딴 24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만난 캐나다의 일그러진 육상 영웅 벤 존슨(52)은 도핑은 내게서 금메달과 세계기록, 명성을 앗아갔다. 난 지금도 그 잘못된 선택이 만들어준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이라며 회한에 잠겼다.

당시 존슨은 1년 전 자신이 세운 9초83의 종전 세계기록을 깨며 미국의 육상 영웅 칼 루이스(9초92)를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의무분과위원회가 존슨의 애너볼릭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을 밝히며 금메달을 박탈해 불명예스럽게 트랙을 떠나야 했다. 당시 본보 이재호 기자는 26일 밤 12시께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내 지방판(당시 본보는 석간이라 지방판에만 소화)에 특종 보도를 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IOC는 27일 새벽 부랴부랴 이 사실을 공표했다. 금메달은 2위 루이스가 승계했다.

25년 전 우승할 때 내가 지금 도핑하지 말라고 캠페인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 25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이곳 서울에서 일어난 일은 절대 잊을 수 없다. 다만 지금은 내가 좋은 일로 서울에 왔다는 사실에 기쁠 뿐이다.

존슨은 호주의 스포츠의류 브랜드 스킨스와 함께 벌이는 도핑 방지 캠페인인 올바른 길을 찾자(Choose Right Track) 행사로 한국에 왔다. 영국의 대니얼 고든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9.79*(2012년 ESPN 방영) 촬영차 2008년 방한한 이후 5년 만의 방문이다. 9.79*는 서울올림픽 당시 남자 100m 결선에 섰던 8명을 모두 인터뷰해 과연 존슨만이 잘못했느냐에 포커스를 둔 다큐멘터리였다.

존슨이 벌이는 캠페인은 도핑 방지에 대한 지구촌 팬들의 지지를 얻어 다양한 국제기구가 반도핑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홈페이지(www.puresport.skins.net)를 통해 도핑을 근절하자는 청원서를 받으며 기금도 모으고 있다. 존슨은 2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당시 결선에서 달렸던 6번 트랙에 약 4000명이 보낸 청원서로 만든 100m 길이의 두루마리를 펼친 뒤 달리는 도핑 근절 이벤트를 열었다. 존슨은 25일 스위스 로잔으로 날아가 IOC에 이 청원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영국과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을 거치며 실시한 1차 캠페인을 무사히 마친 그는 지구촌의 관심을 끌기 위해 25년 전 그날에 맞춰 서울에 온 것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