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경제력과 행복 둘은 왜 서로를 밀어낼까

Posted June. 15, 2013 04:23   

中文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화두가 관심을 모았다. 1960년대부터 계속된 경제성장의 피로를 풀고, 국민 삶의 질을 돌아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여유 있는 삶을 갈망하면서도 스스로를 노동의 현장에 끊임없이 내몰고 있다. 업무량이 늘어나고, 일한 만큼 소득이 생겨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는 얼마나 일하고, 얼마나 돈을 가져야 충분하다고 여기게 될까.

이 책의 저자인 스키델스키 부자()는 인간이 풍요를 위해 자본주의를 채택했지만, 생산력이 상승할수록 질 높은 삶을 즐길 수 없게 됐다고 설명한다. 또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 끝없이 물질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과 소득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불평등한 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한다.

아버지 로버트는 역사학과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영국의 석학이고, 아들 에드워드는 철학과 신학, 정치학을 전공한 학자다. 이 책은 그에 걸맞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좋은 삶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여러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찾아간다. 1930년 경제학자 케인스가 발표한 에세이 우리 후손들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의 오류를 지적하며 시작한 이들의 논증은 성장지상주의를 비판하고, 우정 여가 안정 같은 가치들을 강조하며 끝을 맺는다.

이런 가치들이 왜 새삼 우리 삶에 중요한지 설명하기 위해 각종 도표와 수치들을 동원했다. 주요 국가들의 최상위 1%의 소득 점유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실업률, 국내총생산(GDP) 대비 삶의 만족도, 연도별 문화행사 참석자 수를 나타낸 그래프가 곳곳에 삽입됐다. 나아가 여유로운 삶을 위해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필요한 시스템을 하나하나 열거한다. 대부분 자료가 서구 선진국에 국한돼 있기는 하지만, 여유 있는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한국사회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 많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