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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맡으면 주식 팔아야 한다니 황철주 사퇴

공직 맡으면 주식 팔아야 한다니 황철주 사퇴

Posted March. 19, 2013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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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54사진)가 18일 돌연 사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기청장으로 내정한 지 사흘 만이다. 공고 출신의 성공한 벤처기업인으로 정부 입성을 앞둔 그가 사퇴하자 청와대는 매우 곤혹스러워 했다.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황 내정자까지 사퇴하면서 인사검증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전 내정자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업무와 관련된 기업의) 주식을 모두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공무원 윤리규정을 뒤늦게 알았다며 주식 매각으로 직원과 고객, 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고 생각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식을 팔면 (내가 창업해 경영하고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이 공중분해된다. 경영권이 있는 최대주주의 주식을 (신탁하더라도 금융기관이) 2개월 내 매도하라는 것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제도상의 문제를 꼬집었다.

황 전 내정자가 사퇴를 결심한 것은 내정 다음 날인 16일이었다. 그는 처음엔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도 백지신탁을 통해 청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법률 검토를 해 본 뒤 백지신탁도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 관련 규정 검토를 요청했지만 매각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저녁 늦게 사퇴를 최종 결심했다. 그는 18일 오전 청와대에 사의를 전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황 전 내정자는 사전에 검증동의서를 내기는 했지만 15일 자신의 내정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된 뒤에야 청와대로부터 백지신탁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놓아 청와대의 인사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주말 황 전 내정자가 주식 백지신탁 제도를 잘못 이해했다며 사의를 표명해 주식 처분 없이 임용할 방법을 다각도로 찾았지만 현 제도상 불가능해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종훈 전 후보자에 이은 황 전 내정자의 사임으로 박근혜노믹스를 상징하는 창조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이끌 미래부 장관과 중기청장에 성공한 벤처기업인을 영입해 경제 전반에 도전과 융합정신을 불어넣으려 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기업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경제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했는데 잇단 낙마로 인재 풀이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번 기회에 주식 백지신탁 제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