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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민국의 세계 지향성 옳았음을 보여준 금용

[사설] 대한민국의 세계 지향성 옳았음을 보여준 금용

Posted March. 26, 2012 09:09   

23일 한국계 미국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나란히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섰다. 미국이 사실상 결정권을 쥔 세계은행 차기 총재 후보로 김 총장을 지명한 것이다. 그는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낸 존 케리 상원의원, 공개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힌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쳤다. 우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한국계 세계은행 총재를 배출한 것에 우리 국민은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유엔이 세계를 대표하는 국제기구라면 세계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세계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강대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로 약소국 출신이 임명됐다. 반면에 세계은행과 IMF 총재직은 각각 66년, 67년의 역사에서 백인의 전유물이었다. 그런 자리에 김 총장이 지명된 것은 단순히 한국계를 넘어 아시아인의 새로운 성취다.

김 총장은 서울에서 출생해 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한국계 부인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고 부부가 다 한국어가 유창하다. 사실상 한국인이나 다름없는 그가 세계은행 총재에 오르는 것은 당()나라 시절 서역 정벌의 주인공이었던 고선지 장군이나 인도를 다녀와 왕오천축국전을 쓴 혜초 대사가 이뤘던 성취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김 총장은 부단한 도전정신과 노력으로 한국사의 주인공에 머물지 않고 세계사의 당당한 주역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광복 이후 북한과 달리 개방의 길을 걸어왔다. 북한이 3대째 세습하는, 현대사의 오지() 국가로 전락하는 동안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를 지닌 국가로 도약했다. 김 총장은 질병 퇴치 등에 오래 종사해온 의료 전문가다. 세계은행의 주요 업무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김 총장을 지명하면서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개도국 전문가가 세계은행을 이끌어야 할 때라고 말한 것은 한국의 유례없는 성공과 무관치 않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세계의 국경이 속속 사라지는 시대에 김 총장의 지명을 보며 아직도 우리에게 개방을 두려워하는 폐쇄성은 없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영어로 외국인과 서슴없이 당당하게 대화하고 외국으로 나가 세계에 도전하는 젊은이가 지금보다 더 많아야 한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의 체제 경쟁 속에서 한국에 자유세계의 광대한 시장이 주어진 것은 천운이었다. 우리 국민은 현명한 판단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정부를 택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문을 열면 망한다고 말하는, 구한말 쇄국파 같은 겁쟁이 정치 세력이 있다. 또 한번 국민의 바른 선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