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군사실무회담에 나선 북측 대표단은 고위급 군사회담의 성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9시간이 넘는 장시간 회담에서도 결론이 안 나자 밤을 새워서라도 회담을 계속하자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9일 오전까지도 회담 결과를 낙관적으로 보는 전망이 많았다. 양측은 큰 마찰 없이 실무적인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날 오후가 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점심식사 후 오후 2시 20분에 재개된 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담 재개 10분 만에 험악한 얼굴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들은 2시 50분경 향후 일정도 잡지 않은 채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돌아갔다.
이 같이 북측의 태도가 급변한 것은 북측 상부의 긴급 메시지에 따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된다는 남측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다.
북측 대표단은 두 사안을 포함해 군사적 긴장 완화에 대한 의제를 본회담에서 함께 다루자고 주장했으나 남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대외 협상에 나선 북측 대표단에는 재량권이 거의 없다는 게 이들을 상대했던 사람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그러나 북한 특유의 벼랑 끝 협상전술이 재연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원래 대화 공세를 펴다가 우리가 진지하게 접근하면 물러서는 치고 빠지기에 능하다며 회담 실패를 우리 측의 책임으로 떠넘겨 부담을 느끼게 한 뒤 조만간 다시 전화통지문을 통해 다음 회담을 제의해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polari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