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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반영안돼 부담없이 봤죠

Posted July. 14, 20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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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일부 진보 성향 교육감 간의 신경전 속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치러진 13일 평가를 치른 학생들은 대부분 시험문제가 쉬운 데다 성적에도 반영되지 않아 부담없이 봤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충무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해외로 출국한 1명을 제외한 22명이 모두 시험을 봤다. 시험 시작 전 시험 대비를 위해 책을 보는 학생은 4명뿐이었다. 책을 보는 학생들에게 한 학생이 이거 (성적에) 안 들어가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 학교 이재관 교장은 시험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학생이나 학부모는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성서초 정모 군(13)도 시험을 안 본 친구도 없었다며 시험을 안 보면 대체수업을 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역시 학업성취도평가가 부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성서초 학부모 한연순 씨(40여)는 학부모는 이왕 볼 거면 변별력 있어서 아이들도 자기 실력을 아는 시험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체험학습 참여 미비

서울지역은 성미산학교에 초등학생 8명을 비롯해 응시대상자 39명이 체험학습을 진행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당초 홍익대 인근에서도 체험학습이 계획돼 있었지만 2명만 신청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전날 일제고사폐지시민모임 등이 예상한 220여 명보다는 체험학습 참가 학생 수가 크게 줄었다. 체험학습에 참여한 한 학생은 아빠가 전교조라 일제고사 가지 말라고 신청해 왔다. 여기 와서 뭐 하는지는 몰랐다며 친구들 중 시험 안 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전충남에서는 47명이 금산 간디학교로 체험학습을 떠났고 광주는 30여 명, 전남은 27명이 순천 평화학교, 순천만 생태공원 등으로 현장학습을 갔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시험대상자 6명을 포함해 17명이 울주군 산촌유학센터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농촌체험활동을 한다고 전했다.

경남에서도 대안학교인 산청 간디학교 학생 37명 중 17명이 등교 후 평가를 거부했다. 경북과 대구에서 각각 27명과 18명이 김천 직지사 등으로 현장 학습을 나갔다. 그러나 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 중 학업성취도평가 응시 대상자가 몇 명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만 대체학습

전북과 강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학교에 등교해 시험을 거부한 학생이 없어 당초 예상됐던 대체 프로그램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생들을 무단결석 처리하지 않기로 한 강원에서는 30개교 137명이 학교별로 마련된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강원 홍천군 홍천읍 홍천여고 2학년 240명 중 시험을 치르지 않은 9명은 전산실과 도서관에서 적성검사와 독서교육을 받았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대체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성 속에서 교육의 힘이 발휘된다며 갈등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교육 수요자 시각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체 프로그램에 참석한 학생들도 출석을 인정하겠다고 밝힌 전북지역 학교들은 오히려 혼란을 겪었다. 이날 전북지역에서는 31개교 172명이 평가에 응하지 않았다. 전주시내 한 중학교 교감은 전북도교육청은 학생에게 시험응시 여부 선택권을 주라고 지시하고 교과부는 대체학습을 승인한 교사와 교장을 징계하겠다고 하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최예나 이인모 yena@donga.com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