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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미국 상이군인의 안보의식

Posted May. 06, 201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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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노인들은 거리의 파수꾼으로 불린다. 하루 종일 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며 소일하다가 조금만 이상한 것을 발견하면 바로 신고하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담뱃값을 모르거나 옷차림과 말씨가 이상한 사람을 신고하는 일이 일종의 의무처럼 여겨졌다. 실제 신고도 많았고 그 덕에 더러 간첩을 잡기도 했다. 자나 깨나 불조심 이상으로 반공과 방첩을 입에 달고 살았고 그만큼 국민의 안보의식도 투철했다.

1996년 강릉 해안에 출현한 북한 잠수정 신고자는 택시운전사였다. 1998년 속초 인근 해상에서 그물에 걸린 북한 잠수정을 신고한 사람은 꽁치잡이 어선 선장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바다는 택시운전사와 어부가 지킨다는 우스갯소리가 한동안 나돌았다. 1996년 잠수정 침투 때는 북 요원 26명 가운데 1명은 생포되고 나머지는 요원들끼리 서로 죽이거나 우리 군경과의 교전 끝에 사살됐다. 1998년의 잠수정에선 자폭한 북한 요원 9명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1일 미국 뉴욕 중심가에서 발생할 뻔 했던 차량 폭탄테러를 막은 1등 공신은 시민이었다. 행상을 하던 2명이 운전자도 없이 시동이 걸린 채 비상등이 점멸하는 차량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신고했고, 경찰이 추적 끝에 문제의 중고차를 구입한 사람의 신원을 파악해 용의자를 검거했다. 차량에는 폭발물이 실려 있어 조기에 제거되지 않았더라면 큰 재앙이 초래될 뻔 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부상당한 상이군인 출신인 두 신고자는 우리는 자유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항상 주변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시민의 안보의식 고취를 위한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국민의 안보의식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2008년 붙잡힌 북한 여간첩 원정화와 사귄 군 장교와 부사관이 7명이나 되고, 심지어 그녀가 북한 공작원임을 안 장교도 있었는데 신고자가 없었던 걸 보면 일반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천안함 사태로 국가안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너와 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 모두 대한민국 지킴이가 돼야 한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