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립대 총장들이 내신 실질반영비율 50% 확대 등 최근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을 집단으로 비판하고 일선 대학교수들이 대학 자율성 침해를 문제 삼고 나설 태세여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서울대와 고려대에 이어 서강대, 중앙대, 한양대도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이 문제 논의를 검토하고 있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올해 입시 50% 적용 재고해야=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협의회)는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총장 세미나에서 총회를 개최하고 최근의 교육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총장들은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갑자기 50%까지 올리고 2008학년도 입시안을 8월 20일까지 내라는 것은 대학의 실정을 모르는 일방적인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입시안 제출 시기 재고를 요청함에 따라 실제로 이때까지 입시안을 내지 않는 대학이 많이 나올 수도 있다.
대학들은 곧 1학기 수시모집이 시작되고 대입전형 방법을 세밀하게 재검토해야 하는데 무작정 빨리 내라는 것은 곤란하다며 특히 2009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8월 말까지 내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문환 국민대 총장은 수능 9등급제에 대해 사실상 점수 1, 2점으로 경쟁하는 것인데 수능 점수는 등급화하고 내신 점수는 세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당혹=이날 총장들은 김신일 부총리와의 대화 시간에 교육부의 정책을 집중 성토했고, 김 부총리는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날 행사는 갑자기 비공개로 바뀌었는데 교육부의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방 사립대 총장은 기회균등할당제를 하면 전국 대학이 매년 1만6000명을 더 뽑게 된다며 이는 1000명 정원인 16개의 지방대가 문을 닫게 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조만간 김 부총리를 만나 내신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는 내신 문제나 기회균등할당제는 교육부와 대화를 통해 견해차를 좁혀 가급적 신속히 매듭짓기로 했다며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과 고교생의 학력수준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 토론회 후에 갈등이 봉합되는 것 같았는데 당혹스럽다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공식적인 의견을 전달해 오면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반발 확산되나=고려대와 서울대에 이어 서강대, 중앙대, 한양대 등도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중앙대와 한양대는 현재 교수협의회 임원을 중심으로 내부 의견을 수렴한 뒤 의견이 모아지면 다음 주 중 공식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서강대 교수협의회는 학교나 일부 교수의 제안이 있을 경우 7월 2일 열리는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25일 교육부의 내신 방침 발표 이후 공식적인 견해 표명을 자제해 온 대학들이 사실상 교육부의 요구를 거부하는 내용을 공식 발표하게 된 배경에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총장들의 토론회가 불을 질렀다는 분석이 많다.
한양대교수협의회 회장인 최생림(경영학부) 교수는 청와대가 대학총장들을 너무 가볍게 대해 교수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며 총장들의 요구는 정당하고 대학의 권위를 지키는 것과 관련 있기 때문에 내부 논의를 거쳐 내주에 의사 표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