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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시장님

Posted May. 24, 2006 03:03   

19일 오후 4시경 영남 지역의 한 시청 청사. 국장 과장 등 간부들이 업무를 제쳐둔 채 청사 현관에 모여 30분 넘게 서성댔다. 선거운동에 바쁜 현직 시장이 짬을 내어 청사에 들른다는 소식을 듣고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시장이 일정을 바꿔 청사에 들르지 않자 멋쩍은 표정으로 사무실로 향했다.

531지방선거의 판세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현직 공무원들이 선거 후를 겨냥해 당선이 유력한 단체장 후보에게 줄을 서는 행태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두 차례의 지방선거를 통해 단체장 인사권의 위력이 확인되면서 4년간 편하려면 선거 때 처신을 잘해야 한다는 일종의 학습 효과가 생긴 탓이라는 게 공무원들의 얘기다.

눈치 보기, 보험 들기, 양다리 걸치기=전현직 시장이 맞붙은 전남 나주에서는 공무원 사이에 모 후보가 당선되면 적어도 300명은 인사 조치될 것 누구누구는 이미 비서실장, 인사계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공무원 A 씨는 인간관계가 얽혀 있어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가 힘든 실정이지만 이런저런 소문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부산에선 현직 구청장이 한나라당의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금정구와 동래구 등에서 공무원 간 편 가르기가 성행하고 있다. 공무원 B 씨는 간부들은 무소속으로 나온 현직 구청장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의 후보 양쪽을 모두 무시할 수 없어 눈치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현직 도지사가 출마를 포기한 전북에서는 간부급 공무원들이 당선이 유력한 후보의 연고를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 간부가 유력 후보 선거기획단의 사설모임과 비선조직 회동에 참석한 것을 봤다는 등의 얘기도 흘러나왔다. 간부급 공무원 C 씨는 얼마 전 유력 후보의 캠프로부터 말조심 하라는 경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며 공무원들의 발언이 후보 진영에 일일이 보고된다는 방증이라며 씁쓸해 했다.

한나라당이 상승세인 대전에선 선거전이 중반을 지나면서 양다리 걸치기 경향이 두드러진다.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와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졌을 때 염 후보 쪽으로 쏠렸던 공무원들이 최근 격차가 좁혀지자 박 후보 쪽도 기웃거린다는 것.

공무원들이 국가공무원법에 금지된 입당을 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전북 익산과 군산시 공무원들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전남 목포와 여수, 순천시 공무원들도 민주당에 입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벌써부터 시장님 대접=경남 마산의 한 고교 동문회가 정식 후보등록 전인 14일 주최한 체육대회엔 마산시 공무원들이 대거 나와 예비후보로 직무가 정지됐지만 재선이 확실시되는 현직 시장 수행에 열을 올렸다. 일부 공무원은 참석자들에게 시장을 안내하면서 우리 시장님을 외치기도 했다.

대구의 한 구청장 선거에선 역시 재선이 유력한 현직 구청장 후보가 유권자들과 만날 때 구청의 국장과 동장들이 수시로 동석해 경쟁 후보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다른 후보의 시선을 의식해 표 나지 않게 친지를 유력 후보 캠프에 파견하는 신종 줄 대기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한 모 후보 관계자는 여성 자원봉사자에게 어떻게 선거운동을 도울 생각을 했느냐고 묻자 시청 모 과장의 부탁으로 대신 나왔다고 하더라며 이런 방식은 선거법에 걸리지 않고 성의를 표시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