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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서도 가질수 없는 사랑

Posted January. 26, 2006 03:03   

내 삶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일까 어느 화창한 봄 날, 육교 위에서 벚꽃 구경 나온 사람들을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던 그녀에게 중년의 사업가 회장(와타나베 켄라스트 사무라이 주인공이었던 바로 그 남자)이 자두와 빙수를 사주며 위로한다.

그의 곁에 서 있던 아름다운 게이샤들. 세상에는 친절함도 있다는 걸 알려준 회장에게 반한 치요는 그를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에 게이샤가 되기로 한다. 우여곡절 끝에 당대의 게이샤 마메하(양자경) 문하에 들어가 안무 음악 미술 화법 등 혹독한 교육을 받은 치요는 최고의 게이샤 사유리가 되어 사교계에 화려하게 데뷔한다.

이 영화는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숱한 남자들의 구애를 거부하고 오직 한 남자에 대한 사랑만을 간직한 사유리는 결국 그를 만나게 되지만, 애타는 연모의 정을 감춰야 한다. 그녀가 차를 우리고 사케를 따르고 춤을 추고 오비(기모노의 허리띠)를 매는 건 오직 회장을 위해서였건만, 정작 회장은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자 친구인 노부(야쿠쇼 코지쉘 위 댄스 주인공이었던 바로 그 남자)가 사유리를 연모하자 자신을 향한 사유리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남자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가질 순 있어도 정작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을 가질 수 없는 삶의 역설 앞에서 사유리는 절망한다.

이 영화는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감춤이요, 절제이며 억압에서 비롯된다.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 시카고의 롭 마셜 감독은 자신들의 유전자에는 없는 동양적 아름다움이자 일본 미학의 정수인 감춤의 미학을 창녀가 아닌 예인() 게이샤를 통해 충실한 영상으로 만들었다.

독특하고 화려한 화장법, 현란한 기모노들, 193040년대 어둡고 축축한 일본 교토의 눈 내리는 골목길과 좁은 다다미방, 다도, 춤, 음악도 아름답지만 경쟁관계인 미인들의 암투, 부유한 후원자들을 교묘하게 유혹하는 그들의 언어조차 아름답다.

우리 고객들은 대부분 정략결혼의 희생자들이라 우리에게서 위안을 얻고자 하지. 그럴 땐 이렇게 살짝 손목을 보여줘. 속살을 조금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줄 수 있어. 곁에 앉을 땐 한순간 다리가 살짝 닿게 앉아. 물론 우연을 가장해서.(마메하)

영화는 아름답지만, 차갑다.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소홀한 탓이다. 혼이 없는 아름다움은 박제된 아름다움이다. 게이샤로 나오는 중국 여 배우 3인방 장쯔이, 공리, 양자경을 한꺼번에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질투와 퇴폐를 오가는 공리와 성취와 허무를 오가는 양자경의 표정은 일품이다. 그러나 장쯔이의 젊음과 비교하여 두 사람의 얼굴에서 세월을 확인하는 일은 쓸쓸한 일이다. 2월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허문명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