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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소주

Posted September. 22, 200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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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영혼을 적시는 달콤한 액체다. 번민을 덜고 잊는 데 알코올은 둘도 없는 친구다. 기쁨을 만끽하게 하고, 슬픔을 달래 주는 약이다. 그 술을 뜻하는 영어, 알코올의 어원이 아랍어의 분말()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알은 관사, 코올은 아랍 여자들의 눈썹을 그리는 화장먹. 그 화장먹 분말이 가장 순수한 에센스라는 의미로 전화()해 통하고, 마침내 액체의 에센스인 술도 알코올이 돼 버렸다.

알코올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도 술은, 분말의 에센스인 약에 가까운 것이었다. 동양에서 술은 백약()의 장()으로 통했다. 세상의 어떤 좋은 약보다 몸에 좋은 것이라는 의미다. 술이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것까지도 약과 꼭 같다. 그래서 술은 백독()의 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생로병사() 인생살이의 애환을 달래는 술은 이처럼 이중적이다.

우리 서민의 술은 역시 소주다. 막소주 한잔에 고단한 하루의 노고와 피곤을 적시어 씻어 넘긴다. 시인의 표현처럼 마알간 소주 한잔으로 오늘의 통증을 희석하지 않으면 내일을 또 어떻게 맞을 것인가. 값싼 소주가 건강에 가장 덜 해로운 술이라는 사실 또한 어떤 섭리일지 모른다. 일본의 경우 해마다 소주 소비가 폭증세다. 의사들의 권유 때문이라고 한다. 청주 위스키 맥주보다 소주가 건강에 덜 해롭다고.

소주세()는 몇 년 사이 배 이상 올라 있다. 원래 출고가의 35%이던 세율이, 위스키를 더 팔려는 유럽연합(EU)의 압력에 72%로 올랐다. 위스키 세율은 100%이던 것을 72%로 내려 결국 소주와 위스키 세율이 같아졌다. 소주 마시는 서민들이 그만큼 호주머니를 털린 셈이다. 이번에 다시 소주세율을 90%로 올리는 문제로 정부와 여당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부는 정작 세수() 증대를 노리면서도 짐짓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서라고 말한다. 고양이 쥐 생각하는 듯한 기만에 서민만 서럽다. 여당의 태도도 말리는 시누이 같다. 방만한 재정부터 걸러야지, 소주세 인상만 말린다고 서민 편이 되겠는가.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