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파업이 13일로 4일째를 맞았지만 노사의 산별 임금단체협상 교섭은 가시적인 진전이 없어 파업 장기화에 따른 진료 공백이 우려된다.
노사는 13일 새벽까지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본교섭을 가졌지만 주 5일 40시간 근무제를 요구하는 노측과 주 6일 40시간 근무제를 주장하는 사측이 기존 입장만 재확인한 채 협상을 중단했다.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12일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농성 현장을 서울대병원 등지로 늘리고 파업 조합원을 병원에 보내 강도 높은 항의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사측은 노조는 로비 점거, 급식 중단 등 환자의 진료를 방해하는 불법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수술 건수가 줄어드는 등 환자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진료는 큰 차질 없이 이뤄졌으나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데다 노조가 강경한 투쟁방침을 밝히면서 의료 공백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외래환자가 없는 휴일인 13일에는 파업에 참여한 병원은 대체로 한가한 분위기였지만 장기 입원환자와 보호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한 환자는 노조의 요구도 이해할 수 있지만 로비에서 수백명이 모여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환자로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제때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외래환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월요일을 앞두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이 업무량 과중으로 피로가 누적돼 환자들은 진료 대기시간이 늘어나고 식사시간이 늦어지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수술 건수는 지난 주 60%대로 떨어졌으며 이번 주 50%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래진료는 아직까진 정상적이지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관계자는 수술이 평소의 3분의 2로 줄었으며 시급한 수술만 하고 있다며 외래환자가 몰리는 주초에 정상적인 외래진료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사 양측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협상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 주의 업무가 시작되는 14일이 첫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이날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한 뒤 자율 교섭을 통한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노사의 동의를 얻어 교섭참관 등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노조측이 로비 점거 농성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추후에라도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종훈 신수정 taylor55@donga.com crystal@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