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에 개혁주체조직을 만들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이 그 일단을 드러내고 있다. 감사원이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대대적인 직무감찰에 착수한 것이나 국가정보원장의 대통령 직보가 재개된 것 등이 모두 이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어 보인다. 개혁적 공무원들을 적극 지원하는 의미라는 청와대의 해명 수준은 이미 넘어선 것 같다.
노 대통령은 경찰지휘관 특강에서 무슨 편가르기냐며 언론보도에 불만을 나타냈지만, 일선 공무원들 사이엔 현 정권이 지향하는 국정 노선에 소극적이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가려내고 솎아내는 작업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무성하다. 한마디로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코드 점검이 진행 중인 듯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개혁세력 구축의 수단으로 인사권과 감사권을 거론한 것도 공무원들을 불안하게 한다.
역대 정권에서도 국정위기 때마다 이처럼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운 공직기강 확립이라는 처방이 곧잘 등장했다. 그러나 번번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자체혁신이 아닌 타율정화의 내재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정치권 줄대기와 눈치 보기, 파벌화와 내부갈등의 심화로 오히려 국정의 활력이 위축되고 저하된 게 그동안 익히 보아온 실상이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살기 위해 개혁을 하는 것이라면 우선순위와 현실적 여건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한결같이 경제라고 답할 게 틀림없다. 그리고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다면 정부의 경제운용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적잖을 것이다.
반면 새 정부 출범 후 가뜩이나 시달려 온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어떤가. 경고나 매질이 아니라 동기부여가 더 시급한 시점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직사회에 당장 필요한 것은 개혁주체가 아닐 것이다. 경제와 민생에 전념해도 모자랄 정부가 한가하게 주체니 객체니 가를 이유도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