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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소녀'의 재앙?

Posted September. 16, 2002 23:14   

성냥팔이 소녀의 재앙인가.

지난 주말(14, 15일) 개봉된 장선우 감독의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하 성소)은 한국영화사상 최고 제작비인 110억원 (순제작비 92억원)을 들여 기획부터 제작까지 4년이 걸린 대작. 그만큼 주말 흥행 성적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으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전체 상영 영화중 꼴찌나 다름없는 7위에 그쳤다.

주말 서울 35개 상영관에서 성소를 본 관객은 2만2500명(전국 7만2900명). 심지어 상영관 수가 성소의 절반(16개)인 영화 오아시스(2만6400명)보다 관객 수가 적다. 성소의 배급 관계자는 이 정도면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한 정도가 아니라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성소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최소 400만명의 관객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커녕, 추석 연휴인 이번 주말까지 상영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배급 관계자는 현재 성소를 상영하는 극장의 절반 가량은 주중에 간판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메가박스의 경우 부산 서면과 경기 수원점은 주중에 성소를 종영하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다.

이런 사태가 왜 벌어졌을까.

영화 관계자들은 110억원이나 들여 블록버스터를 갖고 실험을 한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험정신이 투철한 장선우 감독과 11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의 결합 자체가 잘못된 만남이라는 것.

한 제작자는 주인공이 튜브 엔터테인먼트(성소 투자사) 사무실에 총기를 난사하는 성소의 한 장면에서 보듯, 장감독은 시종일관 자기 자신과 기업화한 제작 시스템을 조롱하는 톤으로 영화를 찍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렇게 비대중적인 영화에 거액을 댄 제작 및 투자사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의 규모나 수익구조를 볼 때도 영화 한 편에 11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경제 행위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정책연구원 김혜준 실장은 투자비 회수를 보장하는 최소 관객 목표치를 400만명으로 잡았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영화계는 성소 이전 아 유 레디 등 제작비가 8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잇따른 흥행 실패로 인해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여기에 성소의 참패로 인해 투기 자본의 철수와 투자 위축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혜준 실장은 성소의 참패로 인해 투기 자본은 모두 빠져 나가겠지만 이제 긍정적 파장을 생각해볼 때가 됐다며 국내 영화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된 자본들은 운용의 효율성을 찾기 위해 합종연횡을 하거나 수익성에 대한 검토를 다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