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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으로 기운 천경자 ‘미인도’

Posted November. 05, 2016 07:18   

Updated November. 05, 201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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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다고 알려져 있지만 확정되지 않은 작품 중에 ‘아름다운 공주(La Bella Principessa)’가 있다. 2010년 영국 옥스퍼드대 미술사 명예교수 마틴 켐프는 이 작품이 다빈치 것임을 고증하는 긴 책을 써서 거의 다빈치 것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영국의 위작 화가 숀 그린헐이 2015년 회고록에서 ‘아름다운 공주’는 1978년 자신이 그린 것으로 모델은 슈퍼마켓 계산대 여종업원이었다고 주장해 위작 논란에 휘말렸다.


 ▷다빈치가 무덤에서 살아 돌아와 ‘아름다운 공주’를 보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천경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가 1991년 처음 전시됐을 때 본인 스스로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미술관은 감정 절차를 거쳐 진품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1996년 검찰에서 수사를 받던 위작 화가 권춘식 씨가 이 미인도를 자신이 위작했다고 자백하면서 다시 긴 위작 논란에 빠졌다.


 ▷프랑스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된 다빈치 그림 ‘모나리자’를 분석해 그림 아래 숨겨진 밑그림을 밝혀내는 개가를 올린 회사다. 이 회사의 창립자 파스칼 코트는 ‘아름다운 공주’에 대해 1978년 그려진 게 아니라 최소한 250년은 된 작품이라고 주장해 진품 쪽에 무게를 실어줬다. 이 회사가 천경자의 미인도에 대해 천경자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위작 결론을 낸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체면이 땅에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위작이 미술계를 혼탁하게 하는 건 틀림없지만 한편으로는 안이한 작품 수집과 감정체계에 긴장을 불어넣는 메기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1930년대 등장한 산드로 보티첼리의 ‘베일 쓴 성모’를 미술계의 권위자들은 진짜 보티첼리의 작품으로 찬탄했지만 당시 20대의 미술학도로 나중에 저명한 미술사학자가 된 케네스 클라크는 “어딘지 1920년대 영화배우 같은 분위기가 난다”며 위작임을 간파했다. 그런 눈썰미가 우리 미술계에도 필요하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