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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강간미수 전과자가 학원 운영 버젓이 중고생 상담

청소년 강간미수 전과자가 학원 운영 버젓이 중고생 상담

Posted July. 26, 201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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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 수원시의 한 주상복합건물에 있는 T컴퓨터학원. 방학을 맞아 자격증을 따려는 중고생들로 북적였다. 학생들과 상담 중인 이 학원 직원 3명 중에는 머리에 노란 염색기가 남아있는 H 씨(35)도 있었다. 그는 이 곳에서 김OO라는 가명으로 불린다.

반팔 셔츠에 면바지차림을 한 평범한 30대 남성인 김 씨 아저씨는 청소년 강간미수범이다. 지난해 3월 한 여중생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정부가 운영 중인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에는 그의 실제 이름과 얼굴이 공개돼있다.

성범죄자가 버젓이 학원 운영

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H 씨는 어머니 명의로 학원을 인수해 운영하는 사실상 원장이다. 고용노동부가 3월 학원에 시설 점검을 나왔을 때 그는 원장자격으로 점검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엔 수강생 상담 업무도 하는데 여자 중고교생이 적지 않게 찾아온다.

H 씨가 미성년자 성범죄 전력을 숨긴 채 자유롭게 10대 수강생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이 학원이 성범죄자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는 형 집행 후 10년 동안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원에 취업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청소년 이용 시설 종사자 131만 여명의 범죄경력을 조회해 학원 강사나 어린이집 원장 등 성범죄자 46명을 적발했다.

문제는 H 씨의 학원이 성범죄자 취업 제한 대상에서 제외돼있었던 것. 이 학원은 평생직업교육학원으로 분류돼있다. 정부는 성인 수강생이 주로 찾는 곳이란 이유로 감시 대상에서 뺐다. 하지만 이 학원 전체 수강생 250명 중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8명이다. 14살 여중생도 다닌다. 학원 홈페이지에는 만 15세 미만 학생도 환영한다는 홍보 글이 올라와있다.

동아일보가 25일 H 씨에 대한 취재에 착수하자 수원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현장 실사에 나섰다. 여성가족부도 청소년들이 평생직업교육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아 취업 제한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피해자와 합의하면 신상정보 공개 안 돼

성범죄자에 대한 허술한 관리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성폭행을 저질러도 피해자와 합의만 하면 신상공개 및 우편고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엄연한 성범죄자인데도 합의에 성공했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이 그의 과거를 알 길이 없어 제2, 제3의 피해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아동성범죄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다. 대법원이 2010년 발간한 양형위원회 연간 보고서를 보면 성범죄 양형 기준이 강화된 지난해 7월 이후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의 54.6%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 이전에는 37.3%였다. 000 교수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높아지면서 검사들이 너무 과다한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혐의 자체를 일부 빼고 기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 성범죄자에게 착용시키는 전자발찌가 쉽게 절단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2일 경기 구리시 수색동에서는 성범죄자 이모 씨(42)가 발목에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칼로 끊고 달아나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조건희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