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진보는 이념의 굴레에 갇히지 말고 철저히 민생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때로는 고루한 이념에 갇힌 낡은 진보와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어제 라디오 정당대표 연설에서도 낡은 진보에 맞선 민생진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손 대표는 낡은 진보에 대해 진보를 외람되이 앞세워 분열을 만들고 합리성과 투명성마저 무시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가 낡은 진보의 구체적인 행태를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전후 맥락에 비추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이념투쟁에 골몰하는 야권의 일부 정치세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3대 세습과 인권탄압에 애써 눈을 감는 종북()세력은 진보를 가장한 수구세력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이들이 낡은 진보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북한 체제에 대한 합리적 비판 없이 내재적() 접근법에 빠져서 맹목적 편들기에 빠져들고 있다. 대한민국과 미국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무구한 인명을 살상한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는 눈감고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세력이다.
민주당은 종북 세력과 결별하고 중원()에서 중도성향의 표심()을 사로잡아야 집권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전체 유권자의 3040%가 몰려 있는 중원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어떤 정치세력도 집권을 기약할 수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손 대표가 지난달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중간지대에서 집권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메시지나 다름없다. 다음달 가칭 생활진보 모임을 만들어 중도성향 정책 개발에 나설 민주당 김효석 의원도 이념을 강조하는 건 낡은 진보다. 중원을 잡아야 대선에서 길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민생진보에 대한 천착 없이 오로지 반()한나라당 야권 연대를 통해 집권하겠다고 한다면 당의 정체성은 크게 훼손되고 종북의 굴레에 갇혀 있는 민주노동당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 손 대표는 묻 지마 식으로 흘러가는 야권통합 논의를 가장 경계해야할 것이다.
손 대표가 언급한 민생진보가 단순한 수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은 행동과 실천을 바라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쟁점이 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는 민생진보 선언의 진위를 가리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