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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KBS 편파방송 대가로 수신료 인상 돕나

[사설] 정부, KBS 편파방송 대가로 수신료 인상 돕나

Posted May. 09, 20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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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다시 수신료 인상작업에 착수했고, 정부는 해결사로 나섰다. 정부는 지난달 마련한 디지털방송특별법안에 KBS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및 광고총량제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방송의 디지털화를 위해 KBS의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댄다. 한마디로 KBS가 수익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그간 KBS의 부실하고 방만한 경영 행태와 실적에 비춰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감싸기다.

정부는 멍석을 깔아주고 KBS는 곧바로 굳히기에 나선다. 손발이 척척 맞는다. KBS는 9일부터 수신료 인상에 대한 대() 국민 여론조사에 들어가, 늦어도 9월 정기국회에선 수신료 인상을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일사불란한 군사작전을 연상케 할 정도다.

국민의 방송을 자임하는 공영방송으로서 부끄러운 줄 모르는 행태다. 2004년 KBS의 자체 조사에서 국민의 72%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했다. 이 정권 출범 이래 행해져온 KBS의 편파, 코드 방송과 무능 경영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KBS가 반성과 자숙을 하고 수신료를 내린다 해도 국민이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KBS는 정부 편들기 방송을 하고, 정부는 그 뒤를 봐주는 구시대적 권언() 유착을 버젓이 드러낸다.

KBS의 디지털화 비용은 국민에게 손 벌릴 일이 아니다. KBS는 최근에도 이사장과 이사들의 활동경비를 100% 인상했다. 지난해 KBS 살림은 외형적으론 흑자였지만 법인세 환급분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214억원의 적자였다. 부실 방만 경영의 뒷감당을 왜 국민이 해야 하는가. KBS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부터 해서 비용을 충당해야 옳다.

연말 대선 전에 수신료를 올리겠다는 계획은 선거를 앞둔 혼란스런 와중에 어물쩍 수신료를 인상하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번 대선 보도에서 KBS가 과연 공정성을 지킬지 많은 국민이 의문을 품고 있다. 대선 공정보도가 그동안의 편파 방송을 그나마 속죄하는 길이다. 명분과 시기, 어느 면에서도 수신료 인상 요구는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