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제조사 딥엑스(DEEPX)가 기초 컴퓨터 과학 및 교육용 초소형 컴퓨터 ‘라즈베리파이’ 5세대 모델에 대응하는 AI 가속 프로세서 모듈을 출시하고, 전 세계 AI 개발자 및 라즈베리파이 기반의 AI 교육자 등을 대상으로 판매에 나선다. 이번 제품은 라즈베리파이의 공식 설계 파트너사인 식스팹이 딥엑스의 초소형 AI 가속기인 DX-M1 계열 NPU를 활용해 개발 및 제조했으며, 13 TOPS(초당 13조 회 연산)와 25 TOPS 두 가지 성능의 확장 보드 형태로 출시된다.
딥엑스가 라즈베리파이용 확장 카드인 ‘식스팹 AI HAT+(우측)’를 출시했다 / 출처=딥엑스
라즈베리파이는 2012년 영국 라즈베리파이 재단이 학교, 개발도상국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초소형, 초저가 싱글보드 컴퓨터다. 신용카드 크기의 초소형 컴퓨터에 CPU, 메모리, 입출력 단자가 모두 갖춰져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만 연결하면 바로 컴퓨터처럼 쓸 수 있다. 비록 성능이나 저장공간 등은 일반 PC에 부족하지만 80달러 미만의 저렴한 가격과 작은 크기, 오픈소스 하드웨어라는 특성 덕분에 개발자와 교육 목적은 물론 로봇, 드론, 스마트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라즈베리파이 5, 피지컬 AI 시대에는 교육 넘어 산업용으로도 각광
5세대 라즈베리파이는 지난 2023년 출시됐으며 2.4GHz의 브로드컴 쿼드코어 AP와 1~16GB LPDDR4X 메모리, HDMI 출력, 고속 마이크로 SD 슬롯 및 외부 기기 장착 시 M.2 NVMe SSD 지원, 무선 인터넷 및 블루투스를 지원한다. 4세대 대비 2~3배 성능이 향상됐고, PCIe 인터페이스가 지원돼 저장장치 이외에도 다양한 외부 확장 카드를 지원한다. 다만 크기가 작고 기본 단가는 저렴해야 하므로 외부 장치 연결은 HAT+라는 추가 보드 장착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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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TOPS는 63달러(약 9만 7000원), 25 TOPS는 90달러(약 13만 9000원)에 판매 중이다. 라즈베리파이 5에 연결하면 딥엑스 NPU를 AI 처리 용도로 쓸 수 있다 / 출처=식스팹
딥엑스의 AI 카드는 일반 라즈베리파이에 추가로 부착하는 ‘식스팹 AI HAT+’라는 하드웨어로 출시된다. 해당 제품은 기존에 출시된 헤일로(Hailo)-8 NPU 기반의 ‘라즈베리파이 AI HAT+’ 카드와 구분하기 위해 ‘식스팹 AI HAT+’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며 딥엑스의 기술 인증 마크인 Intelligentized by DEEPX’ 브랜드가 부착된다. 딥엑스는 임베디드 시스템, 시스템 소프트웨어 교육, 피지컬 AI 스타트업 등에서 해당 제품을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24년 출시된 라즈베리파이 AI HAT+ 제품을 통해 향후 활용도를 가늠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간단한 작업을 수행하는 엣지 컴퓨팅도 수백 달러의 임베디드 컴퓨터를 사용해야 했지만 라즈베리파이 AI HAT+가 작은 모델 2개~5개 정도를 다중으로 구동할 수 있는 26 TOPS급의 성능을 제공하면서 초소형 센서, 엣지 컴퓨팅 용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라즈베리파이는 초소형 컴퓨터가 필요한 모든 산업군에서 쓸 수 있다. 2019년에는 인공위성에 카메라 모듈을 결합해 우주로 쏘아올려지기도 했다 / 출처=라즈베리파이 재단
대표적으로 스마트 팩토리 및 제조 공정 과정에서 실시간 불량품 검출이나 안전 관리 및 모니터링용 시스템과 연계되며, 스마트 시티 분야에서는 서버 연결 없이 자체 장치 내에서 CCTV를 관제하거나 차량 흐름 및 인구 분석 등에 활용된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무인 운반 차량, 안내 로봇, 배송 로봇 등의 자율 주행 및 장애물 회피, 로봇 팔이 카메라로 제품을 분석해 운반하는 기능 등에 쓰인다. 농업 분야에서도 드론이나 이동식 로봇 등에 탑재돼 작물을 장기 관리하고, 수확용 로봇에 개별 장착돼 상품성을 판단하는데도 쓰인다.
업계에서는 인터넷 없이 자체 장치에서 AI를 구동할 수 있는 점, 서버 전송 없이 20만 원 내외의 장치에서 무제한으로 AI 모델을 구동하는 점, 객체 탐지나 대화 모델 등도 구동할 수 있는 점, 텐서플로, 파이토치, 오닉스 등으로 학습된 범용 모델을 쉽게 변환해 개발 및 이식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딥엑스 역시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인 DXNN 프레임워크를 통해 파이토치, 텐서플로, 케라스 등으로 학습된 모델 전환을 지원한다.
딥엑스, ‘롱테일 법칙’에 따라 점진적이고 영리하게 사업 확장
어드밴텍에서 딥엑스 칩을 기반으로 출시한 ‘EAI-1961’ 산업용 AI NPU / 출처=어드밴텍
일반적인 AI 가속기 기업들은 한정된 자원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하이퍼스케일러 및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한다. 이는 상위 20%가 전체 생산의 80%를 해낸다는 ‘파레토 법칙’에 따른 자연스러운 경영 전략이다. 반면 딥엑스는 하위 80%의 파편화된 다수가 상위 20%의 핵심 소수보다 더 큰 총 가치를 창출하는 ‘롱테일 법칙’에 따른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파레토 법칙을 따를 경우 소수의 고객만 만족시키면 되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롱테일 법칙을 따르면 경쟁의 어려움 보다도 세그먼트 확보와 시장 확장 전반에 많은 공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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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엑스 DX-M1 반도체 실물 / 출처=IT동아
딥엑스의 라즈베리파이 5 지원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로우엔드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시장을 잠식하는 로우엔드 와해 이론과도 맞닿아있다. 라즈베리파이는 교육용 성격이 강한데 이를 활용해 AI 하드웨어에 입문한다면 장기적으로 생태계의 일원이 될 것이다. 또한 프로토타입 제조나 저가형 센서 대체 용도로도 쓰이는 PC라서 파편화된 시장 공략에도 안성맞춤이다. 수많은 AI 반도체 기업들이 각 대양에서 고래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딥엑스는 전세계에 살고 있는 정어리떼를 잡고 있다. 최근 구글, AWS까지 자사의 시스톨릭 어레이로 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영리한 접근법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