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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위고비’와 다른 새 비만약, 36주 만에 체중 12% 감소 [바디플랜]

입력 | 2026-06-25 10:02: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존 GLP-1 주사제와 다른 ‘소분자’ 방식의 새로운 먹는 비만약이 임상 2상 시험에서 36주 동안 최대 12%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진이 개발 중인 새로운 경구 비만 치료제 ‘알레니글리프론(aleniglipron)’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이지만 세마글루타이드(상품명 오젬픽·위고비)처럼 펩타이드(단백질 조각)를 기반으로 한 기존 주사제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와 달리 화학적으로 합성한 소분자(small molecule) 약물이다. 다시 말해 이미 개발된 ‘먹는 위고비(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처럼 세마글루타이드 자체를 알약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같은 GLP-1 수용체를 자극하는 새로운 소분자 화합물이다. 아스피린이나 혈압약처럼 우리가 복용하는 대부분의 알약이 소분자 화합물이다. 이 때문에 음식과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고 대량 생산도 가능해 향후 더 많은 환자에게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노스웨스턴대 의과대학 내분비내과 로버트 쿠슈너(Robert Kushner) 명예교수는 이 약물이 기존 GLP-1 주사제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재 사용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GLP-1 호르몬을 모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높여 식욕을 억제하며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효과는 뛰어나지만 대부분 주사제로 투여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다.
또 냉장 보관이 필요하고 생산과 유통 비용도 높아 많은 사람이 쉽게 이용하기 어렵다.

현재는 세마글루타이드를 먹는 약으로 만든 경구 제형도 개발돼 있지만 복용법이 까다롭다는 한계가 있다. 위에서 잘 흡수되지 않아 흡수 촉진제가 필요하고, 일정 시간 금식 후 공복 상태에서 소량의 물로 먹어야 하는 등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반면 이번에 임상 2상을 진행한 알레니글리프론은 공복 또는 음식과 함께 복용할 수 있다.
쿠슈너 교수는 “아스피린이나 혈압약처럼 대부분의 경구약은 소분자 화합물이다. 알레니글리프론도 화학적으로 합성한 약물이기 때문에 향후 다른 약물과 병용하기도 더 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무작위 배정·이중맹검·위약 대조 임상 2상 시험에는 미국 38개 의료기관에서 모집한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 230명(평균 연령 50세·여성 54%)이 참여했다.

참가자는 45㎎, 90㎎, 120㎎ 세 용량군에 3:4:4 비율로 무작위 배정됐다. 이후 각 용량군에서 다시 알레니글리프론 투여군과 위약군에 3:1 비율로 무작위 배정됐다

알레니글리프론은 5㎎부터 시작해 4주마다 단계적으로 증량했으며, 총 36주간 치료 후 체중 변화를 평가했다. 자료=Nature Medicine


모든 참가자는 하루 한 번 약을 복용했다. 알레니글리프론을 투여받은 참가자는 5㎎부터 시작해 4주마다 용량을 단계적으로 늘렸으며, 연구진은 총 36주 동안 치료 효과를 평가했다.

36주간 치료 후 45㎎ 투약군은 평균 9.0%, 90㎎군은 10.7%, 120㎎군은 12.1% 체중이 감소했다. 반면 위약군은 0.5% 감소에 그쳤다.

체중의 10% 이상 감량은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지방간 등 비만 관련 질환 개선에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위장관 관련 부작용은 모든 용량군에서 주로 경증 또는 중등도로 나타났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체 참가자의 약 10.4%는 치료를 중단했다. 주로 복용 초기 용량을 늘리는 단계에서 치료를 중단했으며, 대부분 위장관 부작용 때문이었다.

다만 소분자 방식의 경구 GLP-1 비만 치료제는 비교적 새로운 접근법인 만큼 후보 물질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실제로 화이자는 개발 중이던 소분자 GLP-1 비만 치료제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의 임상시험에서 일부 참가자에게 약물 유발 간 손상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개발을 중단했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약물 유발 간 손상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연구진도 “새로운 안전성 우려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알레니글리프론의 비만 치료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쿠슈너 교수는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효과적인 용량도 확인했다. 임상 3상에서는 용량 증가 속도를 더 천천히 해 약물에 대한 내약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대부분 주사제이거나 복용법이 까다로운 경구제여서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알레니글리프론이 향후 임상 3상에서도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경우 복용이 편리한 차세대 경구 비만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38/s41591-026-04476-6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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