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추첨 확률 10%대 그쳐…취업 합격 통지서 받고도 강제 귀국 길 기업 부과금 1억원에 현지 채용 기피…국내 유턴해도 간판 효과 옛말 이공계 중심 전공 선회나 캐나다 등 우회로 찾는 실리적 전략 필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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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로 여겨졌던 미국 명문대 졸업장이 취업 시장의 ‘미아’를 양산하는 매몰 비용의 늪으로 변질되고 있다. 약 6억원의 비용과 10년의 준비 기간, 한 가족의 노후를 통째로 갈아 넣는 과감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지 체류와 취업을 장담할 수 없는 유학 산업의 불편한 이면이 드러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조재현 변호사의 스팟라이트’의 최근 영상에 따르면, 최근 미국 유학 시장은 잔인한 도박판에 비유될 만큼 위험 부담이 커졌다. 유학생이 밤을 새워 공부하고 글로벌 기업의 합격 통지서를 받아내더라도, 최종 관문인 전문직 취업 비자(H-1B) 무작위 컴퓨터 추첨에서 떨어지면 그날로 짐을 싸서 귀국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내 H-1B 비자 당첨률은 고작 10%에서 15%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석사 학위 소지자에게 별도의 쿼터를 두어 확률을 높여주는 혜택이 있었으나, 현재는 지원자가 급증해 학·석사 구분 없이 85%의 확률로 낙방하는 실정이다. 연간 비자 발급 인원은 8만5000명으로 정해져 있지만 지원자는 80만명에 육박해, 입사 조건을 모두 갖추고도 실력이 아닌 ‘운’에 의해 강제 퇴장당하는 수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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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체의 청년 고용 시장도 냉랭하다. 전체 실업률은 4%대 안팎으로 낮지만, 16세에서 24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성인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8.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도입과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축소하면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을 제치고 유학생이 일자리를 잡기는 더욱 험난해졌다. 현지 정착이 막혀 미국과 한국 취업을 동시에 준비하는 ‘플랜 B’를 가동하기도 하지만, 미국식 네트워킹과 한국식 인적성·자소서·토익 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시간만 허비하는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
비자가 없어 수억 원을 쓰고 한국으로 돌아온 유학생들을 기다리는 국내 고용 시장의 현실 역시 녹록지 않다. 강남역 일대에 유학파가 넘쳐나고 언어연수 등이 보편화되면서 유학파 타이틀의 희소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국내 기업의 인사 평가는 이미 명문대 간판보다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기술 중심으로 뒤집혔다.
최근 SK하이닉스가 고교 또는 전문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생산직 공고를 냈을 때, 온라인상에서 “4년제 학력을 숨기고 지원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반응이 나온 것은 취업난과 스펙 인플레이션의 단면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도 스탠포드나 MIT 등 명문대 졸업장 대신 고등학생 때부터 스타트업을 운영해 온 실무 인재를 대학 간판 없이 채용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조직 문화의 충돌도 유턴 유학생들의 이직과 정착을 방해하는 요소다. 수평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미국 문화에 익려진 유학생들은 야근과 조직을 위한 희생을 요구하는 한국 특유의 조직 문화와 마찰을 빚기 쉽다. 인사팀 입장에서는 높은 연봉을 요구하면서 조직 적응력은 떨어지고, 실무 능력은 국내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유학생을 굳이 선호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열하게 직무 스펙을 쌓고 인적 네트워크를 다진 국내파를 미국 명문대 졸업장 하나로 압도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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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