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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신광영]다음 정권도 누리게 될 ‘증인 0명’ 청문회

입력 | 2026-06-24 23:15:00

신광영 논설위원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나오는 증인들은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해도 처벌 대상이다. ‘나와서 사실대로 말하라’는 강제 장치다. 이게 있어서 청문회 증인들의 증언에 무게가 실린다. 후보자는 이들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허위 답변을 하다간 들통날 수 있다는 압박감을 갖게 된다.

증인-참고인 없는 한성숙 총리 청문회

보좌진 갑질, 불법 청약 의혹을 받았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올 1월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이 후보자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한 구의원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자리였다. 그는 이 후보자의 답변을 묵묵히 듣더니 발언 순서가 되자 “정말 가증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거짓말이 좀 많았다”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구의원의 진술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이 후보자는 결국 낙마했다.

25, 26일 열리는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는 증인과 참고인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한 후보자의 동생 등 11명을 신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건물 불법 증축, 가족 간 헐값 임대, 편법 증여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증인과 참고인이 없는 한 후보자 청문회는 교차 확인 없는 일방적인 해명만 듣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 후보자 지명 이유에 대해 “그냥 일만 할 사람”을 골랐다고 했다. 하지만 행정 각부를 총괄하는 총리가 그냥 일만 하면 되는 직책일 수는 없다. 제 역할 못 하는 총리가 어떤 폐단을 낳는지는 ‘내란 대통령’ 앞에서 한없이 무력했던 한덕수 전 총리 사례가 똑똑히 보여줬다. 총리 후보자는 그 어떤 공직자보다 엄격히 검증돼야 한다. 총리 임명은 장관과 달리 청문회 이후 국회 의결까지 거치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1년 전 김민석 총리에 이어 한 후보자까지도 ‘증인 0명, 참고인 0명’ 청문회를 열게 됐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총리 후보자 중 이런 청문회를 하는 건 현 정부에서 지명된 두 사람뿐이다.

물론 민주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으레 야당은 공격을, 여당은 수비를 맡아왔다. 여야가 바뀌면 청문회에서도 공수 교대를 해왔다곤 하지만 지금 여당은 해도 너무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총리는 물론, 현 정부 장관들 대다수가 증인과 참고인 없는 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 지난 1년간 열린 인사청문회 24번 중 80%에 가까운 19번이 증인 없이 진행됐다.

민주당은 야당의 증인 채택 요구가 “신상 털기와 정권 흠집 내기용”이라며 거부해 왔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는 후보자 신상이 일부 드러나고, 정권에 타격이 되더라도 부적격 공직자를 걸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에서 탄생한 제도다. 후보자가 떳떳하게 의혹을 소명할 수 있다면 증인과 참고인을 못 부를 이유가 없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 맹탕 청문회를 막아야 한다며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처벌하는 법안까지 추진했다. 그래 놓고 정권을 잡고 나니 ‘후보자 철벽 방탄’ 정당으로 돌변했다.

검증 약해지면 정치권만 수혜, 국민은… 

여당은 살살하고 야당은 세게 하는 반쪽짜리 청문회지만 증인·참고인 신문은 그나마 최소한의 검증을 위한 ‘룰’이다. 이마저 없으면 공직 후보자들은 의혹이 쏟아져도 답변을 미루다 청문회 하루, 이틀만 버티자는 전략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청문회 문턱을 허물어뜨리면 지금의 야당이 나중에 정권을 잡았을 때 똑같이 검증을 회피하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그때 가서 민주당은 무슨 염치로 여당과 싸울 것인가. 그 틈에 부적격자가 고위공직에 오르는 걸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만 속이 타들어 갈 것이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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