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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배추값’ 걱정… 준고랭지-저장 기술로 극복

입력 | 2026-06-25 04:30:00

[공기업 감동경영] 농촌진흥청



미생물 제제 처리 배추(왼쪽)와 무처리 배추. 농촌진흥청 제공


해마다 여름철과 추석 전후가 되면 밥상 물가를 흔드는 대표 채소가 있다. 바로 배추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 7∼9월에 출하되는 여름배추는 대부분 고랭지에서 재배된다. 그러나 최근 이상기상과 연작 피해 등으로 고랭지 생산 여건이 나빠지면서 생산량 변동이 커지고 있다. 여름철 배추 생산량은 2018년 27만8383t에서 2024년 15만8441t으로 약 43% 줄었다.

생산량 감소는 가격 불안으로도 이어진다. 2020년 여름철 배추 생산량은 22만1822t이었고 그해 9월 배추 한 포기 가격은 1만740원으로 평년 6357원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2021년에는 생산량이 24만5118t으로 늘면서 가격은 5396원을 기록했다.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가격 대응을 넘어 생산량 변동을 줄이고 공급 부족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한 첫 번째 해법은 봄배추 장기 저장이다. 6월에 수확한 봄배추를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다면 여름철 배추가 부족할 때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MA(Modified Atmosphere)기술’과 ‘CA(Controlled Atmosphere)기술’을 활용해 봄배추 장기 저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MA기술은 선택적 가스 투과성이 있는 필름으로 배추를 포장해 저장하는 방식이고 CA기술은 저장고 안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자동으로 제어해 품질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이 6월 수확한 봄배추 267t을 정부 비축기지 등 6개 저장시설에서 실증한 결과 저장 중 수분 손실은 최대 80% 수준으로 줄었고 부패를 억제해 90일 이상 신선도가 유지됐다. 올해는 저장 기간을 100∼120일로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실증 규모를 약 563t으로 확대했다. 여름배추 생산을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은 고랭지 배추밭의 연작 피해다. 특히 씨스트선충과 반쪽시들음병은 수량과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토양 전염성 병해충이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강원, 충북, 충남 등 8개 시군 251농가, 약 530㏊를 대상으로 씨스트선충 공적 방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중 배추 재배 면적은 약 368㏊다. 4월까지 약제 공급을 마쳤으며 현재는 지역별 정식 시기에 맞춰 방제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재배 중에도 물과 함께 뿌릴 수 있는 액제형 방제 약제를 선발하고 농약 직권등록시험도 추진하고 있다.

반쪽시들음병에 대해서는 길항미생물제 보급과 친환경 윤작기술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생산비 절감과 안정적인 작업 체계 구축을 위해 정식 과정 전체를 기계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는 준고랭지 여름배추 재배에 적합한 트랙터 부착형 1조식 흙올림식 휴립피복기를 설계하고 시제품 제작을 추진 중이다. 이 장비는 두둑 만들기, 저온성 필름 피복, 흙올림 작업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다.

기계 정식에 적합한 묘 생산 기술도 함께 보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기계 정식 적합묘 생산을 위한 환경·생육관리 매뉴얼을 발간하고 현장 실증 대상 육묘장을 선정해 기술 적용성을 검증하고 있다. 기계 정식 작업 체계가 확립되면 노동력은 약 85%, 비용은 약 5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고랭지 배추 생산 여건이 악화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준고랭지가 주목받고 있다. 준고랭지는 고랭지보다 고도가 낮아 온도 측면에서는 불리하지만 재배지 확보와 기계화, 수자원 활용이 유리하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준고랭지 재배 적지 134㏊를 선정하고 올해는 강원, 전북, 경남, 경북의 6개 시군 24농가, 20㏊ 규모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범사업에는 저온성 필름, 미세살수장치, 토양소독제, 적합 품종 등 핵심 기술이 패키지 형태로 적용된다. 저온성 필름은 고온기 지온 상승을 4∼6도 억제하고 미세살수장치는 작물 주변 온도를 3∼4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올해 연구는 단순한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현장 실증과 정책 연계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민간기업 등이 함께 참여해 기술개발부터 현장 검증, 농가 보급, 판로 지원까지 연결하고 있다.

연구의 핵심은 여름철 배추 문제를 하나의 기술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저장·방제·기계화·생산을 함께 묶어 수급 불안 요인을 줄이는 데 있다. 저장 기술은 공급 공백을 메우고, 병해충 방제는 고랭지 생산의 지속성을 높이며, 기계화는 농가의 노동 부담을 낮춘다. 여기에 준고랭지 재배지 확대가 더해지면 기존 고랭지 중심의 생산 구조를 보완해 여름배추 공급 기반을 넓힐 수 있다.



공동제작: 농촌진흥청

황서현 기자 fanfare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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