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열풍의 그늘 미성년자 처방 5개월새 2.5배로 연령-비만여부 확인없이 내주기도 “나는 거지라서 뚱뚱” 10대들 자조… 건강 불평등 넘어 사회적 낙인 우려
“위고비 살 돈 없어서 뚱뚱한가 보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 군(16)은 지난달 학교 친구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몸무게가 급격히 늘었다는 이 군은 “비싼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맞는 친구들은 종종 이렇게 플렉스(과시)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위고비와 마운자로로 대표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 비만 치료제 열풍이 불면서 외모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까지 처방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한 달 치 처방에 최소 20만 원 넘게 드는 탓에 처방 여부가 경제력을 가늠하는 잣대처럼 여겨지면서, 비만 치료제 접근성 차이가 건강 불평등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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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성년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5월 만 18세 이하 위고비·마운자로 처방 점검 건수는 1만4273건으로, 직전 5개월(지난해 8∼12월) 5611건의 약 2.5배로 늘었다. 전체 나이대의 증가 폭(2.1배)보다 컸다. 이 수치는 의약품 중복 처방을 방지하기 위한 DUR로 확인된 처방만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비급여 의약품인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특성상 실제 처방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고비 등은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고지혈증 등을 동반한 환자에게 권장되는 주사형 비만 치료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에 따르면 위고비는 만 12세 이상, 마운자로는 만 18세 이상에게 각각 처방할 수 있지만 이를 어겨도 의사나 환자가 처벌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허가 용도 외 처방인 ‘오프라벨’이 잦다. 비만이나 합병증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처방 허가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도 약을 내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이른바 ‘비만 치료제 성지’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을 찾아가 보니 점심시간인데도 좁은 대기실은 진료를 기다리는 약 40명으로 가득했다. 대부분 20대 전후였고 외형상 정상 체중으로 보이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왔다는 김모 씨(30)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마운자로를 처방받으러 왔다”며 “별도 검사 없이 20초 만에 진료가 끝났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온 강모 씨(28)도 “병원에선 몸무게, 이전 처방 여부, 희망 용량만 구두로 묻고 위고비를 처방해 줬다”고 했다. 근처 약국에는 상품 광고를 하듯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용량별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4주 치 가격은 20만∼50만 원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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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DB
이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외모 지상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결합하면서 SNS를 중심으로 잘못된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경제적 여건에 따라 비만 치료 접근성이 달라지면 건강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며 “합병증이 있는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