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50대 초반인데 길 잃고 헤매… 65세前 ‘젊은 치매’ 10만명 넘어

입력 | 2026-06-23 04:30:00

스트레스 -갱년기 탓하며 방치
진행 속도 빨라 치료시기 놓쳐
검사 늘어난것도 진단 증가에 영향
경제활동 제약… 가족들 돌봄 부담




부산에 사는 김모 씨(54)는 몇 년 전부터 운전 중 접촉사고가 잦아지고, 길을 헤매는 등 공간 인지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스트레스와 피로 때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증상은 갈수록 악화돼 장을 본 뒤 계산을 하지 않고 나오거나 공중 화장실에서 출구를 못 찾아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3개월 전 병원을 찾은 김 씨는 결국 치매 진단을 받았다.

김 씨처럼 65세 전에 발병하는 ‘젊은 치매’인 초로기 치매 환자와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연간 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치매는 노년 치매보다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른 데다 경제 활동이 한창인 시기에 발병해 경제적·심리적 타격이 더 크다.

● 운동·언어 장애부터 생기는 ‘젊은 치매’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가장 최신 통계인 2024년 기준으로 65세 미만의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10만349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치매는 6만671명,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는 4만2820명이었다. 연령대별로 60∼64세가 6만7306명으로 가장 많지만 40, 50대도 3만4928명에 달한다.

65세 미만의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규모가 가장 컸던 5년 전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다. 젊은 치매로 분류됐던 60대 초반 환자들이 65세 이상이 됐고, 65세 이하 인구는 감소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성혜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치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실제 치매 검사를 받는 중장년층이 늘면서 젊은 치매 및 치매 전 단계 환자가 꾸준히 10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기억력 저하부터 발생하는 노년 치매와 달리 젊은 치매는 운동 및 언어 장애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전두엽 기능 저하로 고집이 세지는 등 성격이 변해도 갱년기 증상쯤으로 여겨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5년 전 치매 판정을 받은 63세 어머니를 돌보는 최모 씨(37)는 “엄마가 계속 눈이 안 보여 안과 검진을 받다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며 “길을 헤매거나 요리에 엉뚱한 재료를 넣어도 치매를 의심하지 못했다”고 했다.

● 경제 활동 중단-자녀의 돌봄 부담 ‘이중고’

전문가들은 반복적인 계산 실수나 공간 인지 능력 저하가 나타나면 서둘러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직장에서 실수가 잦아지거나 업무 능력 저하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며 “작은 변화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창 경제 활동을 할 시기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는 가족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30년간 택시 운전을 해 온 채모 씨(65)는 4년 전 치매 진단을 받고 택시 면허를 반납했다. 아내 곽모 씨(59)는 “남편 택시가 노후 대책의 전부였는데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40, 50대 젊은 치매 환자의 보호자들은 ‘영케어러(가족돌봄청년)’가 될 가능성이 높다. 10년 전 초로기 치매 진단을 받은 62세 어머니를 돌보는 30대 여성 이모 씨는 결혼이나 연애를 포기한 지 오래다. 이 씨는 “엄마의 지능지수(IQ)가 만 3세 수준으로 떨어져 항상 곁에 있어야 한다”며 “낮에는 데이케어센터에 보낸 뒤 직장에 다니지만, 저녁에는 늘 엄마 곁에 있어야 해 누굴 만날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치매를 예방하려면 술, 담배를 줄이고 운동을 실천하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읽어 보거나 신문에서 같은 글씨를 찾거나, 뉴스에서 본 내용을 메모해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등의 인지 활동을 자주 하는 것이 좋은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신예린 기자 yrin@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