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현의 보건과 건강]
서울 한 정형외과에 도수치료를 안내하는 배너가 놓여 있다. 뉴스1
한국은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의료비 발생 시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더 커진다. 이 빈틈을 메우려는 소비자의 바람과 민간 건강보험 시장을 열려던 손해보험사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가 실손보험이다.
이제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많은 국민이 가입한 사적 안전망이 됐다. 문제는 일부가 과잉 이용해 적자가 쌓이면 그 부담이 성실히 보험료를 내는 나머지에게까지 전가된다는 데 있다. 정부가 5세대 실손보험 도입에 나선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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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이용 부추기는 시스템 고쳐야
또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다. 한국 의료체계의 바탕인 ‘행위별 수가제’에 대한 것이다. 진료를 많이 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니, 의료 공급자인 병원이나 소비자인 환자 모두 의료를 더 많이 쓰는 쪽으로 움직인다. 그 결과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환자당 외래 진료 횟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이번 실손보험 개편으로 보장 몇 개를 줄이고 자기부담 비율을 올린다고 해서 이 거대한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의료 이용을 부추기는 시스템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과 실손보험 적자 문제를 끝내 풀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 실손보험을 이참에 갈아타야 할 것인가. 병원에 거의 안 가는 사람이라면 보험료가 저렴한 5세대가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도수치료 등 비급여 치료를 자주 받는 사람이라면 기존 보험이 나을 수 있다. 보험료만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자주 받는 치료가 보장되는지부터 확인할 일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45호에 실렸습니다]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대한검역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