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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거의 안 가는 사람은 5세대 실손보험이 유리

입력 | 2026-06-20 08:05:00

[이윤현의 보건과 건강]




서울 한 정형외과에 도수치료를 안내하는 배너가 놓여 있다. 뉴스1

5월 초 5세대 실손보험 판매가 시작됐다. 이후 부쩍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실손보험을 5세대로 바꿔야 하나요?”다. 사실 이 질문은 보험 상품 하나를 갈아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병원을 어떻게 이용하고,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라는 더 큰 물음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의료비 발생 시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더 커진다. 이 빈틈을 메우려는 소비자의 바람과 민간 건강보험 시장을 열려던 손해보험사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가 실손보험이다. 

이제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많은 국민이 가입한 사적 안전망이 됐다. 문제는 일부가 과잉 이용해 적자가 쌓이면 그 부담이 성실히 보험료를 내는 나머지에게까지 전가된다는 데 있다. 정부가 5세대 실손보험 도입에 나선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다. 

이번 개편은 급여와 중증질환 보장을 강화하되,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억제해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1~4세대 실손보험은 도수치료를 연 50회, 최대 350만 원까지 보장했으나, 5세대부터는 비중증 비급여로 분류해 보장에서 제외했다. 반대로 큰 병에 대한 보장은 한층 두터워졌다. 암 같은 중증 비급여의 경우 본인부담 상한액이 생겼다. 상급·종합병원 기준 500만 원을 넘는 의료비는 환자가 내지 않아도 된다. 보험이 원래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위험에 대비하는 것임을 떠올리면 이 방향이 옳다. 다만 만성통증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까지 묶여 빠지게 된 점은 아쉽다. 의학적 필요를 가려내는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의료 이용 부추기는 시스템 고쳐야
또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다. 한국 의료체계의 바탕인 ‘행위별 수가제’에 대한 것이다. 진료를 많이 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니, 의료 공급자인 병원이나 소비자인 환자 모두 의료를 더 많이 쓰는 쪽으로 움직인다. 그 결과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환자당 외래 진료 횟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이번 실손보험 개편으로 보장 몇 개를 줄이고 자기부담 비율을 올린다고 해서 이 거대한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의료 이용을 부추기는 시스템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과 실손보험 적자 문제를 끝내 풀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 실손보험을 이참에 갈아타야 할 것인가. 병원에 거의 안 가는 사람이라면 보험료가 저렴한 5세대가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도수치료 등 비급여 치료를 자주 받는 사람이라면 기존 보험이 나을 수 있다. 보험료만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자주 받는 치료가 보장되는지부터 확인할 일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45호에 실렸습니다]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대한검역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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