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 칼럼니스트
첫 번째는 ‘진입 단계’, 좋아서 시작하는 시기다. 내가 속한 업계를 포함한 문화산업계 전반의 공통점은 진입 경로가 불분명하고 보상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지인을 만들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든, 학원을 다니든, 그 과정에서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일이 찾아온다. 그게 별일이 아니어도 당시에는 큰 기회로 느껴진다. 좋아하던 일을 시작하는 거니까. 그때까지는 내부인이 아닌 외부인, 생산자보다 소비자에 가깝다. 괜찮다. 누구나 그렇게 시작하니까. 그렇게 어떤 업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두 번째 단계가 온다. 바로 좋아서 참는 시기, ‘인내 단계’다. 진입 경로가 모호하고 보상이 미약한 업계의 특성은 이 단계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경험과 연차는 쌓이고 생계도 꾸려가지만, 이 상황이 앞으로 얼마나 발전적으로 변할지는 알 수 없다. 진입 단계와 인내 단계에서 일을 시작한 동료들은 슬슬 떠나간다. 다른 직군으로, 다른 지역으로, 혹은 결혼 등 삶의 다른 국면으로, 아니면 아무에게도 행선지를 알리지 않는 식으로 말이다. 이 시기에는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시간도 빨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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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상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고비가 찾아왔다. 잡지 에디터인 내 경우를 돌아보면 진입 단계부터 ‘이때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얄궂게도 재미있는 일들이 생겼다. 모든 것이 업무 경험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점점 더 고되어졌고, 업계도 변해갔다. 진지하게 ‘더 늦기 전에 이 일에서 빠져나와야 하나’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동시에 그것을 견뎌낼 만큼 좋은 일들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내 모습이 됐다.
이런 단계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좋아하는 마음은 좋지 않은 마음을 지워주는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이 시작하던 시기의 불안과 견디는 시기의 고통을 상쇄해 준다. ‘그래, 그래서 내가 이 일을 좋아했지’ 혹은 ‘그래, 내가 이런 걸 하고 싶었지’라고 느끼는 기분이 무엇보다 큰 기쁨이 된다. 다만 그 기쁨이 삶에서 정말 중요한지 혹은 스스로를 속이는 달콤한 주문인지는 모르겠다.
박찬용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