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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국물만 먹으면 콧물 줄줄…‘미각성 비염’ 뭐길래[건강팩트체크]

입력 | 2026-06-02 09:19:00

챗GPT 생성 이미지.


 ‘국물의 민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사람들은 유독 따끈한 국물 요리를 즐긴다. 그런데 뜨거운 국물만 먹으면 콧물이 줄줄 흐르는 사람이 있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회식이나 소개팅 같은 자리에서 이런 증상이 생기면 여간 신경 쓰일 일이 아니다.

이처럼 특정 음식을 먹을 때 콧물이 새는 증상을 ‘미각성 비염’이라고 한다.

2022년 국제 학술지 ‘Aller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일반 인구의 약 40%가 만성 비염을 경험하며, 이 가운데 약 65%는 알레르기와 관계없는 비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분류된다.

미각성 비염은 꽃가루나 집먼지진드기 같은 알레르기 반응과는 다른 비알레르기성 비염의 한 종류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각성 비염은 비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의 약 4%를 차지한다.

미각성 비염은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흔하다. 실제로 미각성 비염 환자들은 뜨거운 국밥이나 라면, 짬뽕 같은 음식을 먹을 때 갑자기 휴지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콧물을 유발하는 핵심은 음식 종류보다 코 신경 자극 강도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김동혁 교수는 동아닷컴에 “미각성 비염은 코 점막의 감각신경이 과민해진 상태로, 뜨겁거나 매운 음식 자극에 코 혈관과 분비샘이 과도하게 반응해 콧물이 나는 질환”이라며 “음식의 맵기나 온도 자체보다 코 신경을 얼마나 강하게 자극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맵지 않더라도 뜨거운 음식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반대로 차갑거나 미지근한 음식이라도 향신료 자극이 강하면 콧물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각성 비염이 생기는 주된 이유는 부교감신경의 과활성화다. 음식을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침이 나온다. 부교감 신경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자율신경이다. 정상인은 이 반응이 침샘에서 적절히 조절된다. 그러나 미각성 비염 환자는 침샘과 연결된 코 점막의 분비샘까지 과도하게 자극된다.

김 교수는 “결과적으로 음식을 먹는 순간 침이 고임과 동시에 코 분비샘도 과도하게 반응해 맑은 콧물이 쏟아진다”며 “코막힘이나 재채기, 가려움 없이 콧물만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각성 비염은 20~60세에 흔히 나타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더 쉽게 겪을 수 있다. 노인성 비염과 구분이 쉽지 않고, 두 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차이를 꼽자면 미각성 비염은 식사가 끝나면 멈추지만, 노인성 비염은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하루 종일 맑은 콧물이 흐른다.

미각성 비염의 가장 효과적인 관리법은 증상을 유발하는 인자를 파악해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다. 다만 모든 유발 인자를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코막힘, 콧물, 재채기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 비강 스프레이를 같이 쓰면 증상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음식 섭취 후 맑은 콧물이 주증상인 미각성 비염에는 코 분비샘 과반응을 직접 억제하는 항콜린 스프레이가 비교적 효과적인 치료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각성 비염은 위험한 질환은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유발 요인을 줄이고 필요할 경우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비염 억제 보조 수단으로 잘 알려진 생리식염수 세척이 미각성 비염에 효과가 있다는 직접적인 임상적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생리식염수 세척은 코 안의 점액과 자극 물질을 씻어내 비염 증상 완화에 보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각성 비염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효과는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콧물이 주된 증상일 경우 항콜린성 비강 스프레이가 더 직접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회식이나 소개팅, 상견례 같은 자리에서 연신 휴지로 콧물을 닦아내야 한다면 특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예방법은 없을까.

김 교수는 “식사 30분~1시간 전 항콜린성 스프레이를 미리 사용하는 것이 현재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며 “음식 선택에서는 뜨겁거나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조금 식은 후 천천히 먹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증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 과민이 원인이다. 동반 증상이 없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다만 한 쪽 코에서만 콧물이 나오거나 막히는 경우, 특히 과거에 외상이나 수술 병력이 있다면 종양이나 뇌척수액 누출 가능성이 있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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