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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같은 당에서 너도나도 “우리 지역에 유치”… 한 곳 빼곤 다 空約

입력 | 2026-06-01 23:30:00

김민석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AI 허브 비전 선포식에서 글로벌 AI 허브 공동성명 선언 세리머리를 하고 있다. 2026.05.21. 뉴시스


정부가 올 3월 공식화한 ‘유엔 인공지능(AI) 허브’ 국내 유치 사업. 세계 AI 기술의 표준과 윤리, 규범 등을 정립하는 글로벌 기구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유엔 측 협력을 확인하는 단계인데, 이번 6·3 지방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부산시장, 인천시장, 충남지사, 경기 고양시장 후보까지 여러 명이 ‘유엔 AI 허브’를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같은 사업을 두고 같은 당 내부에서 여러 후보가 너도나도 약속하는 제로섬 게임식 공약은 한두 건이 아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유치를 두고선 민주당의 세종시장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후보는 물론 경기 하남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까지 나섰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경남의 국민의힘 사천시장, 진주시장, 산청군수 후보가 모두 ‘우주항공 도시’ 유치를 공약했다. ‘가덕신공항 배후도시’를 놓고는 부산시장과 경남 거제시장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이 같은 겹치기 공약은 제대로 된 정책 검증이나 정당 내 조율도 없이 치러지고 있는 이번 지방선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후보들이 한결같이 공약으로 내건 사업들은 여러 곳에 분산할 수 없는 국책사업이고 대체로 이제 겨우 시동을 건 수준이다. 해당 기관이나 정부 차원에서 일찌감치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김칫국 사업’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후보들은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구체성도 차별성도 없는 공약을 내걸어 유권자를 현혹하고 있다.

목전의 선거에 급급한 후보들도 문제지만 이를 묵인 또는 방조하는 정당의 무책임은 심각하다. 중앙당이 지역의 공약을 취합해 상충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본연의 역할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너도나도 섣불리 공약한 사업이 성사가 되더라도 한 곳을 빼고 나머지 지역엔 공수표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로 인한 유권자의 허탈감은 두고두고 우리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남을 것이다.

가뜩이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민생 문제는 사라지고 진영으로 갈린 중앙의 정치 싸움만 판친다는 지적이 높다. 내란 청산이냐, 독재 저지냐라는 거대 양당의 프레임 전쟁에 묻혀 주민의 삶을 챙길 지역 일꾼을 고르는 이번 선거의 진짜 의미가 퇴색돼선 안 된다. 결국 유권자의 눈 밝은 선택에 달렸다. 내일 투표장에선 정치 싸움꾼이나 정책 야바위꾼이 아니라 내 가족과 이웃, 지역을 위해 일할 나의 대표자를 찾아내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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