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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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대(현 강원대 강릉캠퍼스) 전자공학과 90학번 김휴성 박사는 1996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대학원에 합격해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텍사스주에 위치한 인텔 연구개발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같은 학과 95학번인 한효정 박사도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애플에서 일하고 있다. 김 박사와 한 박사 모두 대학 은사의 추천으로 미국 유학을 준비했고 대학원 여러 곳에 합격했다.
1991년 강릉대 전자공학과에 임용된 조명석 교수는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간판’을 중시하는 현실적인 벽을 체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다른 학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미국 대학원 유학을 권유했다. 플로리다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조 교수는 미국 대학원들이 입학 전형에서 국내 대학 서열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토플(TOEFL)과 대학원입학자격시험(GRE), 학점 등만 좋으면 지방대 학생도 얼마든지 미국 명문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학과 다른 교수에게도 의견을 전달해 뜻을 모았다.
하지만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공부는 해서 뭐하냐’며 열등감이나 좌절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다. 교수들은 학생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수업시간에도 “대학 입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갖는 것”이라며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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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누적 성과는 어떨까. 70여 명의 학생이 조지아공대, 카네기멜런대, 뉴욕대 등 명문 대학원에 합격했고 학위를 마친 뒤 절반은 애플, 인텔 등 테크 기업에 들어갔다. 나머지 절반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96학번 김영래 박사는 노스이스턴대에서 학위를 받은 뒤 5년간 인텔에서 개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2018년 모교에 부임했다. 올해도 19학번 최건 씨가 텍사스A&M대 대학원에 합격했다.
조 교수는 성공 노하우를 다른 대학에도 전했으나 대학들이 처한 저마다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비슷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교수들이 연구하려면 대학원생의 도움이 필요한데, 모두 유학을 떠나면 연구실 운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국내 대학원들도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지녀 모두 해외 유학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대학이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는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에 무게를 두고 매진할 때 학생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는 점은 분명하다. 유학을 떠나지 못해도 전공, 영어 학습에 매달렸다면 흔히 ‘좋은 직장’으로 불리는 곳에 취직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은 학부 중심 운영으로 경쟁력 강화, 차별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 희망 대학에 입학하지 못해 인생을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여전히 많다.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 ‘지방대 반란’ 신화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