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리스턴
이준일 경희대 회계학과 교수
미국 은행 시스템 밖에서 유통되는 달러 예금을 ‘유로달러’라고 한다. 달러가 미국을 떠나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 시스템이 있다. 이란과 러시아를 SWIFT에서 배제했다는 것은 은행 간 국제 거래에서 이들 국가를 따돌려 버리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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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FT의 등장을 자극한 이가 바로 월터 리스턴(1919∼2005)이다. 리스턴은 1946년 오늘날 시티그룹의 모체인 퍼스트 내셔널 시티은행에 입사해 1967∼1984년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은행의 혁신을 이끌었다.
양도성예금증서(CD)도 그의 발명품이다. 당시 규제로 인해 은행 예금에는 이자가 없거나 상한을 적용받았다. 기업 예금자들은 은행에서 돈을 빼 단기국채나 기업어음 등에 투자했고, 은행은 예금 부족에 시달렸다. 1961년 리스턴은 규제를 피해 은행에 예금을 했다는 증서를 사고팔 수 있게 해 자금을 다시 은행으로 끌어왔다.
예를 들어, 100만 달러를 예치한 기업에 ‘6개월 뒤 본 증서의 소지자에게 100만 달러와 연이자 4%를 지급한다’는 증서를 만들어 준다. 기업은 만기까지 기다릴 수도 있고 중간에 자금이 필요하면 증서를 다른 이에게 매도할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자를 받으면서 자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서는 6개월간 자금을 묶어 놓으니 대출이나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현금자동인출기(ATM) 보급, 신용카드 대중화도 이끌었다. 당시 개인 고객을 상대로 하는 소매금융은 기업금융에 비해 수익성은 낮고 비용만 높은 분야로 여겼는데 리스턴의 지휘 아래 수백만 명의 소비자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은행이 전통적인 신용도나 자산을 기반으로 대출하는 데서 벗어나 미래 수익을 보고 대출하는 프로젝트파이낸스(PF)에 진출하게 한 것도 리스턴이다. 그의 경력 초기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의 회사가 석유회사와 맺은 장기 운송계약에서 향후 받게 될 수입을 담보로 선박 구매대금을 장기 대출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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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일 경희대 회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