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떠나고 지역 의료-돌봄 공백 커지는데 공천 갈등-중앙정치 이슈만 지방선거판 흔들 지난 지선서 유권자 71.3% 같은 정당 줄투표 남은 열흘, 지역 공약 우선순위 끝까지 물어야
배진석 경상국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역문제는 선거의 중심축에 자리 잡지 못해 왔다. 지역문제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청년 유출을 걱정하지만, 공천과 당선을 돌파한 청년 정치인은 드물다. 지역 소멸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지만, 정당과 후보가 정면으로 경쟁하는 핵심 의제가 되지는 못했다. 지역 의료도, 농촌 교통도 선거의 결정적 쟁점이 되지 못하고 행정 담당 부서가 처리해야 할 숙제로 남는다. 그 결과 취약해진 농촌 지역의 교통은 이동권의 문제가 아니라 적자 노선 조정 문제로, 지역 의료는 삶의 안전망 문제가 아니라 예산 범위 안의 행정 과제로 축소된다. 대표하고 책임지는 정치의 본령이 방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안이 없지 않았다. 상향식 공천, 지역정당 허용, 지구당 부활, 지방정부의 재정 및 입법 권한 확대 등의 제도 개혁 논의는 중요하다. 다만 제도 개혁은 변화의 문을 여는 역할에 그친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열린 문 안으로 들어와 지역의제를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만드는 주체는 역시 정당이기 때문이다. 후보를 공천하고, 조직을 동원하며, 전국적인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르는 데 매우 능숙하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생활 의제를 발굴해 공약으로 만들고, 나아가 공천과 의정평가로 연결하는 힘은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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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문법이 정책의 문법보다 뉴스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후보는 유권자보다 공천권자를 더 의식한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되는 지역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정당은 지역 의제보다 진영 대결을 선호하기 쉽다. 지지층 동원에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주요 정치 행위자들은 모두 ‘합리적’으로 선택했지만, 그 합산은 결과적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방의제를 지웠다.
이런 배경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폐지하자는 주장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지방선거와 정당을 향한 총체적 불신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당 공천을 없앤다고 지역 의제가 살아날 수 있냐는 것이다. 정당이 빠진 자리를 곧바로 시민들의 숙의가 채운다는 기대는 근거가 약하다. 인지도, 조직력, 재력, 인맥을 가진 이들에게 더 유리해질 수도 있다. 중앙정치의 논리에 휘둘린 정당 공천이 문제다.
정당의 지역 대표성을 높이는 제도 개혁은 선거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를 열흘 남겨 두고 정당 구조를 바꾸거나 공약을 전면 수정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이미 제시된 지역 공약의 우선순위를 묻는 일이다. 정당과 후보가 지역 소멸, 청년 유출, 의료 공백, 교통과 돌봄을 말해 왔다면 이제는 그중 무엇을 먼저 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핵심 공약의 예산은 어디서 마련하고 추가 예산의 확보를 위해 무엇을 조정할 것인가. 4년 뒤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을 것인가. 유권자도 이 세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공약의 양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후보가 중요한 지역 의제를 피하거나 실행 방안 없이 목표만 강조한다면, 그 침묵과 모호함 역시 판단의 근거다. 지방선거에서 지방을 되살리는 일은 남은 열흘 동안 지역의 질문을 끝까지 묻는 데서 시작된다. 유권자가 지역의 질문을 놓지 않을 때, 후보도 중앙정치의 언어 뒤로 숨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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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석 경상국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