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한눈에 보는 반도체 백과사전 AI 서버-데이터센터 확충 경쟁에… D램-낸드플래시 등 품귀 벌어져 삼성-SK “올해 HBM 물량 완판” 테슬라는 美에 생산 공장 구상도… 韓-美-中-日 패권 전쟁 가속화
⟪반도체란 무엇인가 A to Z
주식 투자자 2명 중 1명꼴, 말 그대로 ‘한 집 건너 한 집’이 반도체 기업의 주주인 대한민국. 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자동차로 이동하며,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반도체는 낯선 산업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이 손톱만 한 칩이 왜 국가 패권과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은 반도체의 역사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파운드리 등 반도체 핵심 용어 10가지를 정리했다. 또 AI 시대를 이끄는 반도체 기술 흐름과 함께 반도체를 둘러싼 한국 미국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까지 한 지면으로 모두 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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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사진출처 AP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왜 이 손톱만 한 칩을 놓고 국가 명운을 걸고 경쟁하는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를 생산해 어떻게 연간 수백조 원의 영업이익을 벌 수 있는지, 지구 최고의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라팹’ 프로젝트로 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아 관심이 커진 반도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아봤다.
● 품귀 대란에 테라팹 구상도 나와
“요새는 누구를 만나기만 하면, 메모리를 달라는 얘기를 듣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중 AI 기술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성장전략’ 세미나 강연에서 한 말이다. AI 서버,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스마트폰·PC·TV 등 소비자용 제품에 들어갈 메모리 물량까지 줄어드는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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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요처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 스마트폰·PC뿐 아니라 모빌리티, 로봇, 우주항공, 산업용 AI까지 더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확산과 자율주행, AI 적용으로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절대량이 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단계가 높아질수록 필요한 반도체 수가 늘고, 수요 증가에 따라 반도체 단가가 같이 오른다.
빅테크들이 원하는 만큼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는 급기야 직접 반도체 공장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올 3월 테슬라·스페이스X·xAI를 총동원한 ‘테라팹’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그는 TSMC와 삼성이 최대로 공급해도 필요한 반도체 수요의 2%에 불과하다며 텍사스에 1단계 550억 달러(약 80조 원), 완전 구축 시 최대 1190억 달러(약 173조 원)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 달아오르는 반도체 패권 4파전
최근 반도체 패권 전쟁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4강 구도’로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은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반도체 지원법으로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지난해 8월에는 인텔 지분 9.9%를 사들여 최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인텔의 국유화’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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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승부처는 결국 HBM으로 대표되는 첨단 반도체다. HBM은 현재 한국이 사실상 독점하는 영역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7%로 1위였고, 삼성전자가 22%, 미국의 마이크론이 21%로 뒤를 이었다. 한국의 두 기업을 합산하면 전체 HBM 시장의 80% 안팎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거세게 추격하고 있지만 한국과의 HBM 기술 격차가 아직 몇 년에 달한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 정부는 2024년 3440억 위안(약 69조 원) 규모의 3기 반도체 투자 기금을 출범시키며 첨단 반도체 등에 투자했다. 이 자금을 등에 업고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CXMT가 HBM 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3년 정도 난다.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YMTC는 294층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SMIC가 EUV 장비 없이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만으로 7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했으나, 수율이 아직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핵심 용어 10가지
반도체의 역사는 1947년 벨 연구소의 트랜지스터 발명으로 시작됐다. 반도체(半導體)는 평소엔 전기가 통하지 않다가, 열이나 불순물을 주입하면 전기가 흐르는 물질이다. 전기의 흐름을 0과 1로 제어해 음악 재생부터 인공지능(AI) 언어 이해까지 모든 디지털 연산을 구현한다. 크게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연산·제어를 담당하는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다음 핵심 용어 10가지를 알면 반도체 기사의 내용은 절반 이상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그래픽처리장치(GPU)
원래 게임 그래픽용으로 개발됐지만 현재 AI 시대의 주인공이 된 반도체다. 중앙처리장치(CPU)가 데이터를 순서대로 처리하는 ‘직렬형 두뇌’라면, GPU는 수만 개 코어가 같은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형 두뇌’다. AI 학습과 추론은 병렬 연산의 무한 반복이어서, GPU는 AI 가속기(AI 및 머신러닝 작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하드웨어)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2 D램
3 고대역폭메모리(HBM)
4 낸드플래시
5 텐서처리장치(TPU)·신경망처리장치(NPU)
시스템 반도체, 즉 비(非)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특정 목적(AI 연산)에 최적화해 설계된 주문형 반도체(ASIC)다. TPU는 구글이 2016년 개발한 제품으로, 현재 구글 클라우드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유사 칩은 NPU라 부르며, 애플 A시리즈와 퀄컴 스냅드래건에 내장된 AI 가속 엔진이 바로 NPU다.
6 팹리스
공장 없이 설계와 판매만 하는 반도체 기업 유형을 일컫는다. 글로벌 빅테크인 엔비디아·퀄컴·AMD가 대표적이며, 생산을 위탁해 설계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칩을 직접 만들지 않지만 ‘무엇을 만들지’를 결정하는 설계 권력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7 파운드리
설계 없이 위탁 생산만 담당하는 반도체 기업 유형이다. 대만 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며 독주하고, 삼성전자가 뒤를 추격하고 있다. 인텔은 미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뒤늦게 뛰어들어 애플·엔비디아 등을 고객으로 유치하며 추격 중이다.
8 웨이퍼·수율
웨이퍼는 모래에서 추출한 실리콘으로 만든 얇은 원판으로 반도체의 원재료다. 수율은 웨이퍼 한 장에서 나오는 정상 칩의 비율을 일컫는 말로, 1000개 중 900개가 정상이면 ‘수율 90%’가 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1%포인트의 차이가 수천억 원의 이익 격차로 이어진다.
9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10 미세공정(나노미터·nm)
반도체 회로 선폭을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작을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집적해 성능은 높아지고 전력 소모는 줄어든다. 현재 TSMC와 삼성이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했으며, 인텔은 1.8나노급 18A 공정을 준비 중이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