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4개월만에 다시 만난 한일 정상… ‘산업통상 정책 대화’ 정례적 소통
李 “얼마나 중요한 파트너인지 실감”… 다카이치 “에너지 안보 협력 시작”
“호르무즈 안전 항행 노력” 뜻 같이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선물한 안경테를 착용한 이재명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안경을 낀 다카이치 총리.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1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등 공급망 위기에 양국이 공조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일 셔틀외교가 정상 간 친교 형성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로서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을 위한 협력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 이 대통령은 이날 “국제 정세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는 모습을 통해 양국이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협력 파트너인지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원유·석유 제품 및 LNG 스와프 추진105분간 진행된 이날 소인수 회담 및 확대 회담에선 중동 상황이 석 달째 지속되는 가운데 양국 에너지 위기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일 모두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자재 공급에 대외 의존도가 높다. 특히 일본은 전체 원유의 93%를, 한국은 원유의 69%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최근 중동 상황에서 비롯된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해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인도태평양 지역 비축 강화를 포함한 에너지 공급 강화와 원유·석유 제품 및 LNG의 상호 융통 스와프 거래를 포함한 에너지 안보 강화, 두 가지를 중심축으로 하는 일한 협력을 시작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공동 검토해 나가기로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한일 산업 당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원유와 석유 제품 스와프 및 상호 공급과 관련한 민관 대화를 장려하기로 했다. 일본에선 이를 통해 정제 분야 강점을 가진 한국의 항공유 등을 안정적으로 융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정상은 미국과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중순 체결한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SCPA)’을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3월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JERA가 체결한 ‘LNG 수급 협력을 위한 협약서’를 언급하며 “양국 간 LNG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원유 수급 및 비축과 관련한 정보 공유와 소통 채널 또한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양국은 산업부와 경제산업성의 정례적 소통 채널로 신설한 ‘한일 산업통상 정책대화’를 가동해 석유 제품 융통, 수출 규제 억제, 원유 조달, LNG 협력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언급한 일본 주도 ‘파워 아시아’ 구상과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은 “저는 공감을 표하고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파워 아시아 구상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확보에 대한 금융 및 기술 지원을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행 등 중동 평화·안정 논의 양 정상은 중동 상황 종식 필요성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는 점에 뜻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의 확보를 포함한 사태 진전을 도모하기 위해 각자가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기로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월 정상회담 당시 합의한 조세이(長生) 탄광 유해 감정과 관련해선 “발굴된 유해의 DNA 감정이 곧 시작된다”며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인도주의적 사안부터 협력해 나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